[데스크라인]책임과 권한 사이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정부 조직 개편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시금 기존 조직의 문제점과 책임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를 기초로 각 정당은 나름의 부처 개편안을 내놓는다.

차기 정부 부처 개편의 쟁점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은 가장 `뜨거운 감자`다. 국가 성장동력이라는 측면에서 그만큼 중요했고 또 그만큼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슷한 사안을 놓고 여러 부처에서 정책을 쏟아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니 책임과 권한이 분산된 혼란은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돌아보자. MB정부가 그린 부처 틀에서 ICT 정책 혼선의 책임을 물을 만한 부처가 과연 존재하는지를. 현 정부는 ICT에 관한 한 온전한 정책 권한을 누구에게도 부여하지 못했다. 따라서 `책임` 추궁도 따지고 보면 어불성설이다. 외환위기 탈출의 1등 공신이자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던 ICT를 방송과 합쳐 놓으니 해당 조직(방송통신위원회)은 정치판이 됐다. 정권 말기 방통위의 `종편` 정책에 책임론이 부각됐지만, ICT에 대한 책임에서는 자유로워 보인다. 어차피 ICT 정책은 분산형 거버넌스였다는 점이 면피의 배경이다. 지식경제부도 마찬가지다. 현 정권에서 ICT 진흥 기능을 맡았다고는 하지만 온전한 권한을 갖지 못했다. 정보화 기획 기능은 행정안전부 몫이었다. 진흥 기능도 방통위와 나눠 가졌다.

결국 모두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구조였고 지금에 와서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 MB정부의 ICT 정책 밑그림이었던 셈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유관 부처 모두 억울한 상황이다. 책임론이 나오면 함께 싸잡아서 논의된다. 아픔의 강도는 다르지만 모두가 불편하다.

책임은 없고 권리만 주장하는 구조의 정부 조직은 최악이다. 해당 분야 정책을 A부터 Z까지 챙기고 파악할 구조의 조직이라야 미래지향적 정책 설계가 가능하다. 국가의 먹을거리인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지는 부처일수록 더욱 그렇다. 차기 정부 ICT 부처 조직 개편 논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누가 어떤 형태로 맡건 간에 책임과 권한을 함께 느끼며 일할 `책임 부처제`를 만드는 것이다.

차기 정부 ICT 부처는 미래 정책 전반을 모두 챙기는 집중형 거버넌스형이어야 한다는 데 여야가 의견을 같이한다. ICT 생태계 전반을 챙길 수 있는 구조라면 방통위가 됐건, 지경부가 됐건, 제3의 부처가 됐건, 부처 규모가 크건 작건, 정책 수요자에겐 상관없다. 단, 정책의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합의제 위원회 조직과, ICT를 실 단위에서 `원 오브 뎀`으로 챙기려는 안이한 발상만은 경계한다.

심규호 전자산업부장 khs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