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는 요즘 머릿속이 복잡하다. 매일 고민거리가 하나씩 추가되기 때문이다. 본업인 창작 과정에서의 고통과 고민은 그런대로 이겨낼 만하다. 하지만 웹툰 규제와 자율심의 관련 해법은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다. 동료의 작품을 심의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그의 일상은 밤낮이 따로 없다. 새벽 시간에는 만화가이만, 낮에는 국내 만화계를 대표하는 행정가가 된다. 분당 작업실에서 밤새워 작업을 하고 난 후 세종대학교 강의와 각종 회의를 위해 서울에 올라온다.
그는 9일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의 웹툰 자율심의 회의에도 참석했다. 윤 작가가 이처럼 펜을 자주 내려놓는 이유는 만화계의 맏형 노릇을 해야 하는 책임감에서다. 방송통신심의워원회가 23개 웹툰을 유해매체로 지정하려고 하자, 만화계를 대표하는 범만화인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게 계기였다.
윤 작가는 “지난 1997년 청소년 보호법으로 인해 국내 만화계가 많이 힘들었다”면서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작가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일본에서는 가정과 학교, 정부가 합의해 청소년 콘텐츠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며 “(규제가) 과도해서 좋을 게 뭐가 있냐”고 말했다. 유해매체로 지정받은 작품의 작가는 창작 활동 자체가 힘들어진다는 게 윤 작가의 설명이다.
만화계는 웹툰 자율규제의 방법으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연령별 이용등급을 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만화계와 해당 작가가 원하면 특정 작품을 19세 이상 이용가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 가능 연령 표시를 웹툰에 도입하는 방안도 대안 중 하나다.
그는 “작가의 결정에 대해 민원이 발생하면 조정위원회를 통해 재논의 하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고 제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문화부와 여성부 등 여러 부처로 분산된 웹툰 규제 관련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작가는 “청소년보호법도 사회문화적 측면을 고려한 후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윤태호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녹여낸 작품 세계로 정평이 높다. 현재 포털 다음에서 바둑을 모티브로 한 웹툰 `미생`을 연재하고 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