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말 아바타 3D 영화가 크게 흥행한 이후에 3D가 한때 IT산업 키워드로 등장했다.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동기 부여가 필요했던 정부도 차세대 미디어 산업으로 3D 분야를 선정하고 다른 산업과 유기적인 관계를 위해 3D 융합산업의 생태계 조성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그 결과 HD급 화질의 3DTV 실험방송이 지상파· 케이블· 위성 등의 매체를 통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시행되었고 관련 기술은 2011년 말에 TTA에서 국내 표준으로 채택되었다. 지금은 ATSC 등에서 국제 표준 제정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점차 3D 이야기는 관심분야에 멀어지고 `스마트`가 차세대 성장 동력의 키워드가 되었다. 스마트 폰, 스마트TV, 스마트 워크 등 우리 생활의 구석구석에 스마트란 단어가 어느 순간 자리 잡았다. 스마트TV는 기존 TV에 컴퓨터 일부 기능을 탑재하고 인터넷이 가능한 입출력 환경이 추가된 형태다. 그러다 보니 컴퓨터처럼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다양한 기능 구현이 가능한 스마트한 TV가 된 것이다.
들여다보면 지금의 3DTV나 스마트TV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 기술은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단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급속도로 발전한 ICT는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에 접목해 새로운 융합형 서비스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렇듯 ICT 산업 키워드도 제품이나 서비스 유형에 따라 유행을 타는 느낌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국 유행을 탈 것도 아니고 타서도 안 되는 것들이다. 물론 새로운 융합형 서비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기 때문에 사회적 화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루어져야 할 ICT정책은 짧은 기간에 유행하는 서비스 유형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현대 사회는 인터넷과 글로벌화 등으로 상호 의존성과 복잡성이 커짐에 따라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 기술 변화도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른 상황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미래 창출을 위한 미래 예측과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현명한 준비가 국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시기이다. 특히 미래 ICT 분야는 바이오〃나노기술과 융합 진화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서비스가 끊임없이 창출되었다. 현재 유행하는 한 가지 서비스를 위한 정책과 R&D 예산 확보보다는 ICT 분야 진화를 정확히 예측해 미래 핵심 ICT 전략 분야를 발굴하고 시장 선점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핵심 원천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정책 담당자의 순환보직을 가급적 자제하고 전문성을 극대화해 정확한 상황 판단 능력을 겸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이 건강한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그 기술을 어우르는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같은 곳에 살면서 서로 의존하는 유기체 집단이 완전히 독립된 체계를 이루면 이를 `생태계`라고 한다. 이 말은 곧 상호의존성과 완결성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는 뜻이다. 즉 산업 생태계 조성이란 독립된 하나의 기술이 개발되면 반드시 연관성 있는 다른 기술군도 병행해서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분야가 융합의 형태로 진화하는 이 시대에 특히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한 이유다.
요즘 인터넷을 뒤지면 없는 것이 없다.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다. 이미 `스마트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와 이에 대한 전략` `미래 ICT 트렌드` `혁신과 변화를 주도하는 이 시대에 필요한 ICT 강국`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정책 연구가 수행되고 결과물과 보고서도 넘쳐나고 있다. 관련 국내외 서적도 너무 많다. 내용도 하나같이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결국 우리가 몰라서 안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는 `실천`이다. `2018년 SW산업 세계 5강` `2020년 과학기술 5대강국`과 같은 거창한 구호보다는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한 모두의 하나 된 노력만이 `ICT 강국`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유지상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jsyoo@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