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u·유비쿼터스)시티 비전은 훌륭하지만 갈 길이 멀다.”
최근 방한한 외국계 한 통신사 임원이 한 말이다. 머나먼 이국에서 한국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게 신기하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의 지적은 맞다. 한국 u시티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동안 구축해 놓은 u시티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곳이 허다하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보자. 투모로시티(Tommorrow City)라는 곳이 있다. 인천세계도시축전 개막과 맞물려 2009년 7월 말 개관했다. 당시 세계 최고 u시티 시설이라고 했다. 지금은 어떤가. 방문자가 거의 없는 황폐한 건물로 변했다. 투모로시티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전국에 설치한 상당수 u시티 시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짓는 데(구축)만 신경 썼기 때문이다. 구축보다 구축 후(운영)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잘 지어놓은 시설도 운영을 제대로 못하면 짐이 된다. 우리는 그동안 구축에만 신경 쓰고 운영은 소홀히 했다. 그 결과, 지을 때는 첨단이던 u시티 시설이 지역 명물은커녕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는 우리가 u시티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까닭에 생긴 불가피한 시행착오일 수 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수업료는 그동안 낸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런 점에서 조만간 인천에 탄생할 인천유시티주식회사를 눈여겨봐야 한다. u시티 운영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오는 2020년까지 많은 돈을 들여 송도·청라·영종 등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에 첨단 u시티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들 시설을 관리하고 운영할 회사가 인천유시티주식회사다. u시티 시설 운영에 골머리를 앓는 다른 지자체들이 벤치마킹 차원에서 이 회사 행보를 예의 주시하는 이유다.
인천시와 KCCS(KT와 시스코의 u시티 합작사)가 공동 주주로 참여한다. 지자체가 주주로 참여하는 국내 첫 u시티 민관합작법인이기도 하다. 지분은 인천시가 30%, KCCS가 70% 정도다. 추후 증자로 인천 기업도 주주에 참여시킬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이런 민관합작 u시티 회사는 유례가 없다. 그만큼 해외 관심도 높다.
인천유시티주식회사 설립의 최대 난제였던 주주 간 협약이 최근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민관 양측이 4개월간 머리를 맞댄 끝에 얻은 성과다. 남은 절차는 주주금 납입과 발기인 총회, 임원 선임 등이다. 주주금 납입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여 합작법인 출범은 그야말로 초읽기에 들어갔다.
인천유시티주식회사와 모회사인 KCCS는 누구도 안 가 본 길을 가야 한다. 일종의 모험이고 실험이다. 이 모험과 실험이 성공해야 한국 u시티가 세계 시장에서 더욱 깃발을 높이 휘날리며 우뚝 설 수 있다.
방은주 경인취재 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