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열 KT 사장 차명폰 제공 시인…불법성 없지만 도덕적 논란

서유열 KT 사장이 민간인 불법사찰에 사용된 차명폰 제공 사실을 시인하면서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서 사장이 차명폰 불법 사용을 몰랐다고 밝히고 있으며, 차명폰 사용이나 제공 자체가 불법은 아닌 만큼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유열 사장은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0년 7월 초 이영호 비서관으로부터 “업무적으로 잠깐 쓰겠다”는 요청이 있어 핸드폰을 제공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 사장은 “해당 핸드폰이 보도된 바(불법 민간인 사찰 및 증거인멸)와 같이 사용돼 당황스럽다”고 주장했다.

차명폰을 제공한 것은 맞지만, 불법 용도로 사용할지는 몰랐다는 설명이다. 또 신원 불상 사람의 단말기를 사용하는 대포폰과 달리 명의자 동의를 구한 차명폰인 만큼 불법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 사람 명의로 휴대폰을 3개까지 개통할 수 있다. 또 가입자와 사용자가 다른 경우라도 가입자 동의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부모 명의로 가입한 뒤 자녀에게 주거나 친구에게 주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가입하면 주민등록법에 따라 처벌 받는다.

법적인 문제와 별개로 서 사장이 불법 사용 가능성을 알았는지는 논란거리다. 청와대 인사가 전화해 차명폰을 요구한 정황상 음성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었을 거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정황상 차명폰을 제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청와대 인사에게) 차명폰 사용처를 묻거나 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서 사장을 소환해 차명폰의 개설 경위와 용도를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