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장비 개발·구매, 생기원 '단일 창구' 연다

LG전자가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설비 투자에 따른 장비 개발·구매 단일화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LG는 그룹 차원에서 규모의 경쟁력을 갖춘 장비 계열사 설립을 목표로 LG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산하 생산기술원을 분사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삼성·LG를 정점으로 한 국내 제조업 공급망(SCM) 구도에 격변이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의 장비 협력사들은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전자 생산기술원은 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 등 계열사 장비 개발 및 구매 업무를 흡수,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COO 산하 생산기술원으로 장비 구매 업무를 일원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 영업 확대와 핵심 공정 장비 개발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방침을 이미 주요 그룹 계열사 및 장비 협력사들에 전달됐으며, 업무 프로세스 협의 및 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LG그룹 내에서 매년 막대한 설비 투자를 수반하는 장비 사업을 내재화하면서 전략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당장 LG전자 생산기술원의 장비 사업 매출액은 지난해 4500억원 수준에서 내년 1조원으로 목표치를 대폭 상향했다. 내년에 LG그룹 계열사 장비 개발을 전담하는 핵심 계열사로 분사한다는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LG 계열 장비 업체가 탄생하면서 장비 업계에 커다란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그동안 생산기술원은 LG전자의 제조 경쟁력 향상을 위해 생산 기술 전략 수립 및 차세대 선행개발 등을 주로 수행했다. 하지만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장비 개발 및 구매까지 총괄하는 조직으로 위상을 크게 확대하는 셈이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최근 LG전자 생산기술원이 각 계열사의 장비 개발·구매 업무를 흡수하면서 부품 기술과 소프트웨어 등 핵심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생산기술원은 최근 LG디스플레이의 3.5세대 플렉시블 OLED 장비 발주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업계는 생산기술원이 향후 대규모 양산 투자가 예상되는 AM OLED 주요 핵심 장비를 독자 개발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했다.

외부 고객사 확보를 위한 마케팅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생산기술원은 지난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FPD 차이나`에 단일 부스로 참가, 현지 LCD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전개했다. 터치스크린패널 및 모듈 장비, 편광판 부착기, 검사기 등 LCD 후공정 장비를 주로 소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생산기술원이 사업 영역 확대에 이어 장기적으로 화학증착기(CVD), OELD용 증착기, 노광기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 전공정 장비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라며 “결국 국내 중소 장비 협력업체들의 영역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