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 사물과 사물 사이, 틈새와 틈새 사이, 생각과 생각 사이, 전공 영역과 전공 영역 사이, 직업과 직업 사이, 그 사이가 있어야 좋은 `사이`가 된다. 좋은 `사이`는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관계다. 그 사이에는 언제나 차이(差異)가 살아간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이는 사이비(似而非)다.
사이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야 사이를 만들어가는 분야가 살아 숨 쉴 수 있다. 사이는 틈바구니다. 틈바구니는 경계다. 경계에 꽃이 필 수 있도록 경계와 경계 사이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경계와 경계 사이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경계는 인위적으로 그어놓은 구획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경계와 경계 사이를 고민하는 사람이 없어질수록 경계는 넘어설 수 없는 한계로 다가온다.
세상은 수많은 사이가 만들어가는 세상이다. 혼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른 존재와 사이라는 이름의 관계로 존재하는 것이다. 사이는 경계와 경계 사이에서 살아가는 빈틈이다. 사이가 나빠지면 벽은 높아지고 건널 수 없는 경계가 생긴다.
벽이 높아지고 경계가 생기면서 넘을 수 없는 벽과 건널 수 없는 경계가 앞을 가로막는다. 경계가 한계로 바뀐다. 친구 사이가 적대 관계로 바뀌고, 애인(愛人) 사이가 애증(愛憎) 관계로 바뀌는 것도 모두 너와 나, 나와 너 사이를 고민하지 않고 나는 나, 너는 너라는 극단적 자기 중심 사고방식 때문이다.
진리는 어느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진리는 언제나 사이에 흐르고 있다. 진리가 경계를 넘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 진리는 편협한 생각에 물들어 자기 분야, 자기가 그어놓은 경계 안에서만 진리로 통용되는 편리함으로 전락한다.
자기 편의주의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진리는 전문 분야 사이와 사이를 흐르지 못하고 한곳에 정체되어 편안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편파적 의견으로 전락한다. 이때부터 의견(意見)도 의심(疑心)해보아야 하는 의견(疑見)에 불과할 따름이다. 다양한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사이를 인정해야 그 사이에 아름다운 차이가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