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여야를 떠나 동료 의원을 지칭할 때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날치기 통과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의원끼리도 상황이 끝나면 서로 존경하는 사이가 된다.
날아 차기를 잘했기 때문인지 문을 잘 부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국민으로부터 이 같은 용어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서로 불러주는 관행이 자리 잡았을 수도 있겠다. 국회 상임위를 지켜보고 있자면 개그콘서트만큼 웃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29일 오전 출근 후 여느 때처럼 이메일을 보다가 마우스 커서가 순간 정지했다. 이메일 제목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야당 국회의원이 보낸 이른바 작별 인사였다. “18대 국회의원이었던 ○○○, 마지막 인사 올립니다”는 제목으로 시작된 메일은 부끄러운 국회였다는 반성과 민주주의 가치를 되돌려야 한다는 호소가 담겨 있었다.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 속에 18대 국회는 어제 자정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오늘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300명의 의원이 긴 여정에 돌입한다. 준비는 이미 끝났다. 후끈 달아올랐던 여의도발 스토브리그도 폐막했다.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낙선한 의원 보좌관과 비서관들은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이들은 앞으로 4년간 새로운 영감을 모시게 됐다. 혈세 논란 속에 완공된 제2 의원회관 방 배정도 마무리됐다. 조만간 상임위원회 구성도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소속 정당 의원들로부터 희망 상임위 지원서를 접수한 원내대표실은 고민에 빠졌다.
국회의원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으로 꼽힌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 4년 동안에는 300명 국회의원 모두가 국민들로부터 `존경하는 영감님`이라는 말을 듣기를 기대한다.
김원석 콘텐츠산업부 차장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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