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개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 A씨를 만났다. 가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식을 주고받기는 했지만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마주한 것은 몇 년 만이다.
A 사장이 SW 업계에 종사하는 까닭에 화제가 자연스레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SW 산업진흥법`으로 옮겨갔다. “법이 발효하면 대기업이 공공정보화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니 중소기업에는 도움이 되겠다”고 했지만 되돌아온 답은 신통치 않았다. 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진행한 법 개정이었지만 수혜자로 예상한 중소 SW 기업 CEO의 반응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A 사장이 흥분하며 이야기를 꺼낸 것은 SW 유지보수 문제였다. A 사장이 지적하는 문제는 세 가지다. 턱없이 낮은 유지보수 요율과 무상 유지보수 기간, 유지보수에도 입찰을 강요하는 왜곡된 공급 구조다. A 사장은 세 가지만 지켜지면 SW 종사자가 양질의 SW를 개발하고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돼 국산 SW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확신했다.
턱없이 낮은 유지보수 요율이 가장 큰 문제다. SW 솔루션이 핵심이지만 하드웨어(HW)가 포함돼 있으면 유지보슈 요율은 8% 미만이다. 민간 시장에서는 그 이상 책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공공기관에서는 오랜 관행이다. 그나마 SW는 12% 정도를 인정해주지만 애초에 계약한 요율이 지켜지는 사례는 드물다.
유지보수 요율을 올리는 건 또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유지보수 대가가 처음 정한 대로 지켜지면 문제가 없지만 유지보수를 따로 입찰에 부쳐 단가를 낮추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유지보수 요율은 프로젝트 계약 전에 제출하는 제안서에도 명시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특히 주로 중앙부처나 공공·정부투자기관에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유지보수를 입찰에 부치다 보니 무리한 수주경쟁이 벌어지고 기술지원 확약서가 없는 무자격 기업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중소기업이라도 업력이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전문기업은 그나마 제품 유지보수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무자격 기업을 걸러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고가 나기 일쑤다.
마지막으로 없애야 하는 것은 무상 유지보수 기간이다. 일반적으로 1년을 무상 유지보수 기간으로 정하지만 심한 곳은 3년까지 책정하기도 한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프로젝트엔 당연한 것처럼 명시돼 있다.
입찰에 부쳐 유지보수 단가를 낮추거나 무상 유지보수 기간을 늘려 SW 기업을 좀먹는 주체가 공공성을 띠는 기관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SW에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얼마나 큰 산업 역기능으로 되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