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제조업, 스마트화가 답이다

최근 인천에 있는 상장사 두 곳의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두 회사 모두 강소 부품기업이다.

송도에 본사가 있는 코텍의 창업자인 대주주는 지난 12일 지분 전량을 디지털비디오저장장치(DVR) 업체 아이디스에 매각했다. 코텍은 카지노 모니터 분야 세계 최대 기업이다. 시장규모가 3000억원에 육박하는 세계 카지노 모니터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했다. 코텍보다 한 달 앞서 스테핑 모터 분야의 세계적 기업 모아텍 역시 창업자인 대주주가 지분 전량을 일본 모터업체 미네베아에 넘겼다. 전형적 히든 챔피언인 두 기업은 높은 기술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세계 시장을 호령했다. 회사도 보수적으로 운영해 지난 20여년간 무차입 경영을 유지해왔다. 직원 복지에도 남달리 신경 쓴다. 코텍은 지난해 전 직원이 마카오로 3박4일 여행을 다녀왔다. 모아텍도 이직이 없는 회사로 정평이 났다. 두 회사 모두 오너 직계가족을 회사에 발 들이지 못하게 한 점도 비슷하다.

이런 강소기업 최대주주가 비슷한 시기에 교체됐다. 오너들이 30년 가까이 피땀 흘려 일군 회사를 넘긴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번 일이 국내 부품 기업이 처한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른바 `매출 성장 덫`이다.

코텍과 모아텍은 잘나가는 강소기업이지만 두 회사 모두 5년째 1000억원대 매출에 머물렀다. 2000억원, 3000억원대 기업으로 쭉쭉 커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저가 중국산과 경쟁해야 했거나 세계 수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스마트폰 등 잘나가는 세트산업과 거래하는 일부 부품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정이 비슷하다. 성장 덫을 탈피하기 위해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지만 마땅치 않다. 가만히 있자니 성장을 못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자니 마땅치 않은 딜레마인 것이다. 성장 덫에 걸린 부품업체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스마트화와 고부가화가 그 답이 될 수 있다. 스마트화는 하드웨어에 디자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더해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일종의 고부가화다. 아이디스가 코텍을 인수한 것도 모듈에 강점이 있는 코텍에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엔지니어링)을 접목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다. 일자리 창출 능력이 예전 같지 않지만 제조업은 부강한 나라를 위해선 필수다. 우리 산업의 50% 이상이 제조업이다. 하지만 휴대폰, TV 등 일부를 제외하고 제조 강국은 아니다. 독일, 일본을 제치고 우리가 세계 일류 제조 강국이 되려면 하루빨리 제조업의 스마트화와 고부가화를 이뤄야 한다.

방은주 경인취재 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