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무료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 폭풍을 만난 통신업계의 탄식이다. 통신업계는 그동안 인터넷전화(VoIP)·이동통신재판매(MVNO)·문자메시지(SMS)의 등장으로 음성전화 서비스의 퇴조와 매출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왔다. 기술 변화의 속도와 대체 서비스 확산으로 유비무환이란 말의 향연이 있기도 전의 일이다.
카카오톡이 일을 냈다. `보이스톡`이라는 mVoIP 서비스를 내놨다. 후발 통신사인 LG유플러스도 mVoIP 전면 허용을 선언했다. 예상대로 라면 이번 주 정부에 약관신고를 마치고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다. 애플 역시 지난주 무료 영상통화 `페이스타임`의 서비스를 전격 선언했다.
통신사들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다. 정부로서도 난감하기 그지없다. 인터넷과 모바일 세상은 온통 카카오의 mVoIP 얘기 일색이다. `국민 앱`이라는 별칭 그대로다.
카카오가 목표로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수세에 몰린 이통사의 대응책은 무엇이며, 산업 활성화와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야 할 정부의 역할이 있기는 한 것일까.
보이스톡의 핵심은 가입자 규모다. 이통사의 무제한 요금제로 열린 카카오 시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이어가기 위해 가입자를 묶어둘 동인이 필요하다. 무료 메시지 서비스로는 한계가 명확해졌다. NHN·다음의 공세와 페이스북·트위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탓이다.
카카오의 전략·전술적 차원이 컸다. 애플 움직임까지 간파한 것일까. 때마침 애플은 페이스타임 출시를 선언했다. 문제는 카카오가 이통사의 반발을 넘어설 수 있는지다. 카카오의 전략적 판단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바로 대선이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밀어붙이지 않으면 무료 음성통화는 물 건너가고, 가입자 `로크인(lock-in) 효과`의 약화로 이어진다.
이통사는 당혹스럽다. 카카오의 기습에 허를 찔렸다.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데이터 시대의 기상도였다는 점에서 충격파는 더욱 컸다. 당장 음성통화의 매출 감소는 비즈니스 근간을 뒤흔든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다는 의미다. 당장 데이터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허용한 지난날의 전략적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부 역시 mVoIP 서비스를 막을 명분이 없다. 법과 제도는 아직 미완의 상태다. 예컨대 mVoIP가 기간역무인지 부가역무인지 결론도 내지 못했다. 기간역무로 분류하면 국내법상 지위가 없는 스카이프 등 해외 사업자가 국내 통신사업자와 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제공하는 서비스는 불법이다. 부가역무로 구분해도 올IP 시대의 사용자 권익을 보장할 규제 수단이 없다.
이른바 `법 지체현상`이다.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상황이 더욱 꼬였다. 카카오톡과 NHN 등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mVoIP가 트래픽의 주범이라는 정량적 근거는 없다. 이 때문에 통신 트래픽 과중이나 통신망 블랙아웃 위험성으로만 풀 수도 없다. 카카오의 mVoIP만 막을 수도 없다. 이용자 차별 논란을 가져올 것이 뻔하다. 정부가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 발 빼는 모양새를 취한 이유다.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이통사는 과연 데이터 요금 인상이라는 카드를 쓸 수 있을까. 또 선·후발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공동 보조를 취할 수는 있을까. 정부 역시 정치권의 통신요금 인하 압력을 mVoIP로 풀려고 하지 않을까. 사뭇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