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침해 배상액, 객관적 계산 어려워 피해자 `이중고`

# 가스안전장치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은 독자 기술로 출원한 특허를 침해당한 사례가 발생했다. 민사소송을 통해 특허 침해 소송을 냈지만 손해배상액은 업체가 계산한 피해액의 30%를 넘지 못했다. 고등법원에 상고하고 싶었지만 변호사 선임과 변리사 자문 등에 드는 비용이 걱정돼 소송을 포기했다.

특허법이 명시한 특허 침해의 손해 배상액 설정 기준이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액 산출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특허법 128조는 5개항을 통해 특허 침해 시 손해배상액을 계산하는 방법을 규정했다. △특허권 보유자의 손해액(침해자의 판매량×특허권자의 품목 단위당 이익액)(1항) △특허 침해자의 이익액(2항) △통상받을 수 있는 금액(3항) 등을 배상액으로 산정한다. 4항과 5항은 피해액 추정이 어려우면 법원 재량에 맡기도록 했다.

엄격한 법적 조항과는 달리 예외 조항 때문에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때가 다반사다. 특허법에 따라 손해 배상액을 책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특허 침해자의 판매량과 이익액이다. 객관적 잣대를 적용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손해배상액을 객관적으로 책정하는 1항과 2항에서 특허 침해자가 빠져 나갈 구멍이 있다”며 “침해자의 판매량과 이익액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추정하기 위해 특허 침해업체에 판매량과 이익액을 산정한 문서를 요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침해자는 이를 거부한다. 박성준 국가지식재산위원회(지재위) 지식재산진흥관은 “대부분 침해 업체가 기업 비밀 유지 등의 이유로 판매액 등 손해 배상 추정 근거 요소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법원이 제출 권고에 이어 제출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밝혔다. 제출 명령을 어겼을 경우 제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객관적으로 계산할 근거가 부족하니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소송을 시작할 때 최소 피해액에 대한 일대일 보상이라도 받으려고 하지만 피해액이 객관적으로 산출되지 않아 돌려받는 금액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특허를 보유한 업체가 1000만원의 피해를 봤다 하더라도 특허 침해자의 판매량과 이익액을 알 수 없어 300만원 정도만 손해배상을 받는다는 식이다.

지재위는 “해외에서는 법적 손해액을 설정해 기본적인 침해가 인정되면 피해자가 보상받는 배상액이 있다”며 “중국에선 특허 침해를 인정하면 피해자는 약 50만위안(1억원가량)을 배상받는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법적 손해액의 최소 금액을 약 100만 위안으로 높일 예정이다. 미국도 `징벌적 손해 배상` 개념을 둬 피해자 손해를 최소화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