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2월. 삼성의 컨트롤타워 조직이 미래전략실이란 새 이름을 달고 공식 부활했다. 이른바 김용철 사건으로 2008년 7월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지 2년 5개월 만이었다. 선대 고 이병철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기에 구조조정본부로, 이후 전략기획실로 명칭이 바뀌긴 했지만 삼성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드문 일이었다. 당시 미래전략실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특히 미래전략실은 과거 부정적 이미지의 컨트롤타워를 지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말 그대로 삼성의 앞날을 내다보는 신사업 투자와 계열사 간 사업 조정 등 `미래` 지향적 업무에 더 큰 방점을 찍겠다고 공언했다. 과연 삼성이 미래와 신사업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아무리 승승장구하던 임원이라도 신사업은 `무덤`이라는 게 삼성 내부에선 정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우였다. 실제로 그랬다. 미래전략실이 출범하면서 삼성은 바이오·에너지 등 신사업 투자와 다채로운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놨다. 각 계열사 신사업에 예산과 인력 등을 과감히 투자했다. 전임 전략기획실 시절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풍경이었다.
그런데 기자만의 느낌일까. 어느샌가 미래전략실은 조금씩 `미래`가 빠진 채 과거로 회귀해가는 모습이다. 그냥 전략실이다. 지난해 이후 오너 이슈를 비롯해 안팎에서 쏟아진 대내외 현안에 온통 파묻힐 수밖에 없었을 터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탓에 신사업을 강조하는 내부 목소리도 잦아든 분위기다.
이 와중에 강력한 리더십의 최지성 부회장이 새 조타수를 맡았다. 그간 보여준 성과만으로도 그의 역할론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여전히 뭔가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 부회장은 어느 자리에서나 “나는 장사꾼”이라고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슷한 뜻으로 `원가 전문가` `공급망관리(SCM)의 달인`이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당장의 영업과 실적을 잘해낼 경영자라는 말이다. 그래서다. `미래`를 뺀다면 모를까, 적어도 최 부회장의 스타일을 보면 미래전략실과 온전히 맞는 색깔은 아직 아닌 듯싶다.
2년 전 미래전략실 출범 당시의 초심, `미래`를 다시 한 번 떠올렸으면 한다. 누가 뭐래도 삼성은 우리나라 산업계 대표다. 삼성이 발굴한 신사업과 미래는 이 회사만의 몫으로 끝나지 않는다. 곧 우리나라 산업 전반의 성장 동력이다. 최 부회장의 현실 돌파력이 삼성과 국내 산업계의 미래를 창출하는 힘으로 승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에게 삼성 `○○전략실`의 빈칸을 충만한 미래로 채워달라고 기대하는 이유다.
서한 소재부품산업부장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