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ICT 거버넌스 개편 현 정부서 이뤄져야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도 매번 바뀐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노태우 정부 때는 대대적인 행정개혁 차원에서 신현확 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거대조직을 만들면서까지 정부조직 개편작업을 추진했으나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인수위에서 은밀, 신속하게 정통부 해체, 과기부 및 해수부 통폐합, 방통위 설치 등 개편작업을 서두른 후에 새 정부가 출범했다. 불과 70여일 만에 끝난 역사상 가장 짧은 정부개편 작업으로 꼽힌다.

[ET단상]ICT 거버넌스 개편 현 정부서 이뤄져야

아무리 훌륭한 정부조직 개편이라도 뒷말이 나오게 마련이다. 현 정권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은 정통부 해체와 과기부의 통폐합이다.

특히 정통부 폐지에 대해서는 지식정보사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역행하며 모처럼 쌓아놓은 IT 세계최강국의 위상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비난이 가장 많았다. 긍정평가는 정통부 중심의 IT업무가 지식경제부와 문화관광체육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4개 부처로 분할되면서 부처 간 경쟁으로 많은 발전이 이뤄져왔다.

자동차, 선박 등 기존 굴뚝산업과 IT(ICT) 간 접목이 빨라지고 있다. 유무선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급박하게 변화하는 모든 ICT 사안 즉 C(콘텐츠), P(플랫폼), N(네트워크) D(디바이스)는 이제 각각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4개 IT관련 부처는 급변하는 IT 생태계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가 아닌 지원 기능으로서의 독임제 총괄부처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학계나 업계에서도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다만 부처 이기주의가 또다시 발동해 산하 IT 관련 연구원마다 자기부처 중심의 총괄부처 설치를 연구 중이다. 지식경제부는 산하 연구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을 통해서 5억원짜리 연구용역 업체로 행정학회를 선정해 연말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이며 방통위를 비롯해 문화부, 행안부 역시 마찬가지다.

어차피 새 정부가 들어서면 IT 거버넌스는 개편될 수밖에 없다. 연말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나오면 현 정부처럼 인수위에서 비밀리에 졸속으로 처리하거나 부처 간 치열한 로비로 인해 지연되거나 어려움을 겪을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 거버넌스 문제는 국가경쟁력이 2007년 3위에서 2011년 19위로 추락했다는 단순통계를 떠나 미래 국가생존과 관련돼 있기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 정부는 관계부처, 학계, 업계 대표로 (가칭)IT거버넌스개편위원회를 구성해 최대공약수를 찾아 새로운 개편안을 만든 후 정치권의 동의를 받아 차기정부에 넘겨줘야 한다. 현 정부가 주도하기 어렵다면 19대 국회가 직접 여야 합의로 ICT거버넌스개편위원회를 구성하고 학계와 업계, 관계부처와 더불어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개편안을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 과정에서 꼭 지켜져야 할 원칙은 C·P·N·D를 총괄하고 진흥하는 총괄, 전담부처로서 장관이 24시간 동안 오직 ICT만을 생각하는 독임제 부처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간 세미나, 포럼 등을 통해서 많은 연구와 토론이 있었기에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단지 이를 어떻게 조합해서 다수가 공감하는 최대공약수를 찾는지가 문제다. 위원회위원장으로서는 경험과 리더십이 있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나 행정학을 전공한 오연천 현 서울대학교 총창 같은 분이 맡으면 연내로 관계법 개정까지 가능한 바람직한 추진조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신윤식 정보환경연구원 회장(전 하나로통신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