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출범한 현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CT) 자체 성장과 발전를 넘어, ICT를 전 분야로 확산한다는 취지로 정보통신부를 해체했다. 그 대신 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지식경제부·방송통신위원회로 ICT 업무를 분산했다.
현 정부의 이 같은 조직 개편은 ICT가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정통부가 해체된 2008년 이후 우리나라 ICT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ICT 업무 분산으로 스마트혁명 등 ICT 트렌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마트 혁명에도 불구하고 ICT 업무가 사분오열돼 정부의 대응은 단편적으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ICT 정책은 실종됐고 부처 간 정파적 의사결정이 난무했다.
ICT 경쟁력을 제고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기존 분산된 ICT 체계로는 지난 4년간의 행보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현재의 분산된 ICT 거버넌스 체계 개편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옛 정통부 부활에 무게중심을 맞춘 `정보통신미디어부` 신설을 주문하고 나섰다. 새누리당도 혁신과 변화에 가치를 부여한 독임제 ICT 거버넌스 체계로의 변화를 타진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IT 추진체계 개편 방향 보고서`에서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우리나라 정치 시스템 내에서 총괄 부서 부재는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마련 및 추진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분산시킬 수 있다”며 “IT 부문을 전문적으로 통합해 총괄할 부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CT 전담부처에 방송통신은 물론이고 각 부처에 산재된 ICT 관련 기능을 모두 통합하고, 정치적 고려가 필요한 직무를 담당할 독립기구로 규제위원회가 바람직하다는 게 ICT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관건은 19대 국회가 이 같은 담론을 어떻게 구체화하느냐다.
ICT 정책을 일원화하는 전담부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감안하면 내년 2월 새 정부 출범에 앞서 ICT 거버넌스 체계 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에 앞서 현 정부처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ICT 거버넌스 체계 개편을 졸속으로 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부처 간 치열한 로비로 인해 방향성 자체가 왜곡돼 합리적 대안을 도출하지 못할 공산도 농후하다.
이 같은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19대 국회가 ICT 거버넌스 체계 논의에 앞장서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분산된 ICT 거버넌스 체제로는 ICT를 국가 성장동력화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19대 국회가 각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ICT 거버넌스 체계 개편안을 도출하고, 검증을 거쳐 새 정부에 제안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여야가 ICT 거버넌스 체계 개편을 당리당략에 따라 ICT를 위하는 일인 것처럼 호도하는 건 무엇보다 경계해야 한다.
19대 국회가 정치의 기본 기능인 협상과 타협을 전제로 우리나라 ICT 지속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발전 방향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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