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가 표준 설계 인가를 획득했다. 일체형 원자로가 세계 첫 인허가를 받으면서 우리나라는 중소형 원전분야 세계 최고 기술 보유국가로 등극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과 한국전력공사 컨소시엄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한 SMART 원자로 표준설계인가(SDA)에 대해 4일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SDA는 같은 설계의 발전용 원자로를 반복적으로 건설할 경우 인허가 기관이 설계에 대한 종합적 안정성을 심사해 인허가를 주는 제도다.
SMART는 원자로 계통을 구성하는 주요 기기를 하나의 압력 용기 안에 넣어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일체형 원자로. 증기발생기·가압기·원자로냉각재펌프 등 원자로 1차 계통 기기를 한 개 원자로 압력 용기에 설치했다. SMART는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밀도차로 일어나는 흐름(자연대류)에 의해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피동잔열 제거 계통을 채택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같은 전원상실 사고가 발생해도 전원 복구 없이 20일까지 노심의 잔열을 제거할 수 있다. 대형 항공기가 충돌해도 안전한 격납건물을 채택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SMART는 전기 출력이 대형 원전(1000MW 이상) 10분의 1 이하 수준인 100MW의 소형원전이다. 전력 생산·지역난방·공정열 공급 뿐 아니라 해수담수화용으로 활용 가능한 다목적 원자로다. 원전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이용해 해수를 증발시켜 바닷물을 민물로 바꿀 수 있다. SMART 1기로 인구 10만명 규모 도시에 전기(9만KW)와 물(하루 4만톤)을 동시에 공급 가능하다.
SMART는 연구용 원자로 `HANARO`(1995년), 한국표준형원전 `OPR1000`(1996년), 한국형 신형경수로`APR1400`(2001년)에 이어 4번째 국내 독자 개발 원자로다. 해외 원천기술을 전수받거나 개량해 국산화 한 것이 아닌 100% 순수 토종 기술로 완성했다.
SMART 개발은 1997년 시작해 총 15년이 걸렸으며 예산 3103억원(정부 1488억원, 민간 1615억원)이 투입됐다. 매년 1500명의 연구 개발 인력이 참여해 완성됐다. 정연호 원자력연구원장은 “미국·러시아·아르헨티나 등이 중소형 원자로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인가로 2050년까지 약 35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중소형 원전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발표한 SMART 잠재 수요국은 △전력 소비량이 적어 대형 원전을 건설하기 힘든 소규모 전력망 국가 △대형 원전을 지을 경우 송배전망 구축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되는 인구분산형 국가 △물 부족 국가 등으로 필리핀·몽골·말레이시아·칠레·카자흐스탄·UAE·사우디아라비아·리비아·인도네시아 등이 해당된다. SMART 1기당 건설비용은 약 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