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지배자` NHN을 일군 두 주역이 모바일 패권을 놓고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스마트폰 시대 총아 `카카오톡`을 앞세운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라인`으로 모바일 네이버 신화를 재현하려는 이해진 NHN 의장 이야기다.
NHN의 공동 창업자인 두 사람이 이제 `모바일 네이버`를 먼저 만들기 위한 싸움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무료 문자를 주고받는 모바일 메신저 경쟁이지만, 이면은 모바일 플랫폼 자리를 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2007년 NHN을 떠난 김 의장이 카카오톡으로 먼저 모바일 분야에 깃발을 꽂았다. 인터넷 환경이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는 흐름을 읽은 이 의장도 네이버의 `모바일 변신`을 독려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모바일 메신저를 중심으로 게임과 상거래, 소셜 네트워크, 콘텐츠를 모두 아우르는 모바일 플랫폼을 노린다.
두 사람은 2000년대 초 검색과 게임을 결합해 국내 최강 인터넷 기업 `NHN`을 만들었다. 이 의장과 김 의장은 삼성SDS 출신으로 1999년과 1998년 검색 업체 `네이버`와 게임 포털 `한게임`을 각각 창업했다.
두 회사는 2000년 합병, 오늘의 NHN이 됐다. 안정된 수익이 필요했던 네이버와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할 자원이 필요했던 한게임의 의기투합이다. NHN의 성장은 눈부셨다. 네이버는 국내 검색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했고, 한게임은 국민 게임 사이트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NHN 매출은 2조원을 넘었다.
두 사람의 동행은 2007년 끝났다. NHN 미국 법인 대표를 지내던 김 의장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회사를 떠난 것. 이 의장이 이끄는 NHN이 국내 포털 절대 강자 자리를 굳히는 동안 김의장은 크고 작은 웹2.0 서비스를 내놓으며 실패를 거듭했다.
김 의장이 “마지막으로 모바일에 올인 해보자”며 2010년 내놓은 카카오톡이 예상하지 못한 대성공을 거뒀다.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바람을 타고 2년 만에 5000만 가입자를 얻었다. `국민 포털` 네이버를 이은 `국민 앱`의 탄생이다.
이 의장도 모바일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네이버가 검색 광고 사업을 강화하고 오픈마켓 등 신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가운데 일본을 오가며 라인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1등 자리에 안주하는 직원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라”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라인은 카카오톡보다 출발이 늦었지만, 일본과 동남아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급성장 중이다. 가입자는 1년 만에 4500만명을 넘었다. 지난 3일엔 일본 도쿄에서 라인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라인과 카카오톡의 방향은 거의 일치한다. 모바일 메신저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중심으로 게임과 상거래, 각종 콘텐츠와 마케팅을 결합한다. 모바일에 맞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의 게이트웨이를 지향한다.
두 사람이 NHN이 이루지 못한 한계를 모바일에서 이룰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NHN은 인터넷 생태계를 독식한다는 비판과 해외에서 뚜렷한 성공 사례를 못 만들었다는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 의장은 콘텐츠를 손쉽게 유통하며 창작자가 수익을 돌려받는 상생 플랫폼을 강조한다. 그는 “창작자와 플랫폼이 함께 커 갈 수 있는 생태계가 가능한 시대”라고 강조한다. 이모티콘 판매로 웹툰 작가와 수익을 나누는 실험을 지속하는 이유다.
이 의장은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라인 사용자 절반이 일본 사용자다. 대만 홍콩 베트남 등에서 더 인기다. 꾸준히 일본 시장에서 활동하며 쌓은 저력과 `마케팅의 힘`이 합쳐진 결과다.
카카오톡과 라인 비교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