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앱 세상, `엘도라도`는 없다

모바일 `앱(App)`이 상종가다. 앱 모델은 2008년 7월 애플이 아이폰3G를 출시하면서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햇수로 벌써 5년이 흘렀지만 오히려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애플에 이어 구글·페이스북 등 IT패권을 노리는 `타이탄` 플랫폼기업 대부분이 앱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덕분에 모바일을 대표하는 사업 모델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스마트폰과 맞물려 성장세도 탄력이 붙었다. 결국 웹(Web)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 있지만 아직 먼 미래 이야기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앱은 60만개를 돌파했다. 애플 앱은 이미 70만개에 육박한다. 후발 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 마켓플레이스도 등록 앱이 10만개를 훌쩍 넘었다.

앱 중심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스타트업 중 열에 아홉은 앱 모델에 `올인`한다. 개발자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앱이다. 심심찮게 성공스토리도 흘러나오면서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플랫폼기업도 한껏 시장을 부채질하며 `모바일=앱=대박`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시장 규모와 분위기만 보면 분명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임이 분명하다.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미국 리서치업체에 따르면 앱 하나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대략 3만5000달러로 조사됐다. 개발자 평균 연매출은 682달러에 불과했다.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데 무려 50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타트업 평균 인력은 3~5명 수준이다. 평균 앱 개발 기간은 1~2개월, 앱 하나를 상용화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5000만원 수준이다. 문제는 이렇게 공들여 출시한 앱 수명이 3~6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유용한 앱도 6개월이 정점이다. 이후 줄곧 내리막이다. 결국 6개월 안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이야긴데 이게 그렇게 쉽지 않다.

우선 큰 시장에 비례해 경쟁자가 많다. 단순 계산해도 수십만 앱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들어야 명함이라도 내민다. 레드오션 시장이 따로 없다. 성공 가능성은 그야말로 로또 수준이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빠져 나올 만큼 힘들다.

여기에 `카피캣`이라는 복병까지 있다. 카피캣은 앱 수명을 단축하는 주범이다. 앱은 말 그대로 첨단 기술이 아니다. 창의성에 기반을 둔 아이디어가 생명이다. 아이디어는 처음 나왔을 때는 신선하지만 손쉽게 모방할 수 있다는 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만큼 치밀한 전략이 없으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사업 모델에서 마케팅, 영업, 기획, 네트워킹까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누구나 대박을 꿈꾸지만 모두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앱 세상은 더 이상 엘도라도가 아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