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물 전기 통신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돈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아낄 줄 모르고 흥청망청 쓴다는 표현이다. 이 말에는 오래전부터 물은 부담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물은 아껴야 하는 소중한 자원이라는 의식이 없는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머지않아 물 부족 현상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에도 이 같은 의식은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물 쓰듯 쓴 대표적인 게 전기다. 지난해 9월 15일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경험한 이후 전기 소비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전력 `블랙아웃` 두려움이 현실로 구체화되자 전기를 아껴 쓰자며 절전 운동을 비롯해 에너지 절약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처럼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것도 아니고, 이전보다 전기를 펑펑 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9·15 정전 사태 이후 분명한 건 전기 과소비를 자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는 점이다.

물과 전기만큼 마음 놓고 쓰는 게 통신이다. 물 쓰듯 쓰다 보니 이용자 폭주로 기지국이 마비되는 등 통신 불통 사례도 수차례 경험했다.

통신망에 부하를 일으키는 요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사태는 앞으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과소비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전무하다.

일시적 통신 불통을 넘어 최악의 경우에 통신망 블랙아웃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는 쓸데없는 위기감 조성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가뭄과 정전 이후 물과 전기가 소중한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통신 불통 경험에도 통신망의 소중함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물 쓰듯 통신망을 쓰다가 언젠가는 무슨 일을 당하지 않을까 싶다. 통신망의 고마움을, 중요성을 너무 모르고 사는 게 아닌지 아쉽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