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도로 위 전선에도 점용료를 받는 것을 골자로 한 도로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 논란이 뜨겁다. 통신사와 케이블TV업체 등이 연간 1000억원 이상을 내야 해 거세게 반발했다. 사업자 부담이 커지면 요금 인상 등으로 궁극적으로 국민 편익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미 전주 설치 허가를 받고, 점용료를 내는 상황에서 전선에 따로 허가와 점용료를 받는 것은 이중 규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통신업계와 케이블TV 업계는 지난달 13일 국토해양부가 입법예고한 `도로법 시행령 일부개정 법률안`이 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개정안은 도로 위 공중선 설치 시 관리청(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고, 별도 점용료를 내는 것이 골자다. 국토부는 23일까지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을 접수한다.
개정안을 시행하면 통신사, 케이블TV 방송사 등 전선을 설치한 사업자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도로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지만, 업계는 평균 1m당 100원 정도를 내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통신사들이 주요 도로 위에 설치한 전선 길이는 약 70만㎞로 추산된다. 통신사들만 해도 연간 700억원의 추가부담이 생긴다. 이면도로 등 파악되지 않는 전선까지 합치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더 늘어난다. 여기에 케이블TV 방송사들이 설치한 전선 길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들은 막대한 비용부담이 결국 요금인상과 이로 인한 소비자 편익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중규제라는 의견도 잇따랐다. 사업자들은 전주 설치 시 허가를 받고, 점용료를 낸다. 전주가 공중선 설치를 목적으로 한 시설물이기 때문에 전주 따로, 공중선 따로 허가와 점용료를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시각이다.
대법원 판결도 사업자 의견과 일치한다. 지난 5월 대법원은 서울시와 한국전력 간의 공중선 관련 소송에서 `전주는 전선과 전선을 연결하는 시설물로서 전주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전주에 대한 점용 허가 시 전주에 전선이 설치된다는 것은 당연히 전제했을 것이며 전주 사이에 설치된 전선의 도로점용이 불법점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공중선 사용 시 허가제 도입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매일 자치구별로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건씩 발생하는 개통 및 해지업무 처리가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치단체 도로 점용허가 담당 공무원이 한두 명에 불과하다. 허가를 받는 데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개통 및 해지업무를 당일 처리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에 따르는 피해는 업계와 국민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빠르게 진화할 기가인터넷, 디지털케이블TV 전환, LTE서비스 등 신규 서비스 도입에 뒤처지는 결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발전 및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이번 도로법 시행령 개정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만경 국토부 도로운영과장은 “과도한 전선 설치로 전주가 무너져 큰 피해를 주거나, 나무에도 전선을 설치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며 “마구잡이로 설치된 공중선을 제대로 관리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전 과장은 “공중선 불법 설치와 점용은 국민 재산과 생명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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