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디스플레이 업계에 중국 대표 경쟁사 BOE에 대한 경계령이 확산되고 있다.
BOE는 지난해 말 중국 업체로는 처음으로 40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 생산을 시작한데 이어 시장점유율에서 샤프를 앞지르면서 일본 업계를 긴장시켰다. 또 AM OLED 패널 기술 개발에서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일본 업체들 사이에서 차세대 시장에서도 BOE에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됐다.
중국을 대표하는 패널업체 BOE가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BOE는 지난 2005년 베이징에 제 5세대 공장을 세운 후 7년 만에 3개 공장을 가동 중이다. 베이징 공장은 지난해 12월부터 8.5세대 유리 기판을 사용한 40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 일본 업체들이 경쟁을 벌여온 대형 패널 시장에 중국 업체로는 처음으로 BOE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지난해에는 대형 패널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일본 샤프를 제치고 5위에 올라섰다.
BOE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공장 건설과 연구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상당부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데다 저렴한 인건비가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긴장하는 것은 BOE가 40인치 이상 LCD 패널을 양산하게 되면 그나마 수익성이 좋았던 대형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최근 일본 완제품 TV업체들이 BOE 등 중국 업체들과 저가 패널 구매를 위한 접촉에 나선 것도 긴장감을 증폭시킨 요인이 됐다. 패널을 자체 생산하는 샤프와 파나소닉도 보급형 LCD TV 제품에는 해외 패널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패널 생산 비용이 높은 일본 업계로서는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다.
좁아진 기술 격차도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BOE는 지난 5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산업 제품 전시회에서 스마트폰 전용 AM OLED 패널과 3D TV 등을 선보였다. 개발 중인 제품이지만 완성도가 높아 상용화 시기는 일본 업계와 큰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BOE는 내년에 내몽골 자치구에 AM OLED 패널 공장을 가동한다. 산화물반도체(IGZO)를 사용한 대형 공장도 건설한다. AM OLED 경쟁에서 한참 앞서 있는 한국 업체는 물론 BOE에도 기술과 생산력 모두 추격을 당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업체들이 내놓는 대책이라고는 `생산기지 이전` 같은 궁여지책뿐이다. 일본 전자업계 관계자는 “샤프가 사카이 공장에서 패널을 계속 생산할 경우 앞으로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며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고 관세 부담이 없어져 중국 현지 TV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만큼 당분간 대응책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