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총량제 등 망관리 기준 마련…사업자별 이해 관계 엇갈려

방송통신위원회가 데이터 총량을 넘어서면 추가 과금이나 인터넷 제한이 가능한 인터넷 총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P2P 트래픽 전송제한 등 통신사업자의 트래픽 관리 기준도 제시했다. 단 트래픽 관리 기준을 사전에 약관에 명시해야 하고, 관리 내용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데이터 중심으로 한 요금제 개편 논의가 급부상할 전망이다. 학계는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콘텐츠 업계와 시민단체는 반발해 최종안 확정까지는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주말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한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 토론회에서 통신사의 트래픽 관리 기준을 제시했다.

기준안은 트래픽 관리 상황을 △망 혼잡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한 경우 △망 혼잡으로부터 다수 이용자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한 인터넷 이용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법령 규정에 근거하거나 법령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령이나 약관에 근거한 이용자 요청이 있는 경우 △적법한 계약 등 이용자 동의를 얻은 경우의 5가지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 상한제(데이터 캡)를 도입해 초다량 이용자(헤비유저)에 대한 트래픽을 제한하거나 특정시간대 P2P 이용제한 등이 가능해졌다. 또 표준을 지키지 않은 콘텐츠나 앱이 망에 부담을 주는 경우 우선 제한할 수 있다. 계약을 통해 이용자 동의를 얻으면 차단할 수 있도록 해 현재처럼 약관을 통해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사용에 제약을 두는 것도 가능하다.

통신사는 이용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트래픽 관리 범위와 적용조건, 절차, 방법, 영향 등의 정보를 이용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트래픽 관리 시행 전 이용약관에 관리 기준을 규정해야 하며,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알기 쉽게 안내해야 한다. 개별 이용자 차원의 트래픽 관리를 시행할 때는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고지하고, 개인의 인터넷 사용현황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조치도 취해야 한다.

토론회는 사업자 별로 의견이 엇갈렸다. 통신업계는 트래픽 관리를 위한 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실효성이 낮다고 했고, 콘텐츠 및 제조업계는 통신사에게 과도한 권한을 주는 것이라 반발했다. 시민단체도 반대를 분명히 했다.

정태철 SKT 전무는 “외국은 전반적으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과 원칙을 제시하고, 사후관리하는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이라며 “반면 우리는 이런 경우가 된다는 포지시트 리스트 방식인데, 이는 접근 자체가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김효실 KT 상무도 “특정 조건이나 시간대라는 단서를 달면 실질적인 관리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병선 다음 본부장은 “망 중립성 자문위원회 컨센서스도 없이 마무리된 기준안”이라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고, “트래픽 관리 기준도 상위 원칙인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위배할 위험성이 내재됐다”고 밝혔다. 한종호 NHN 이사는 “mVoIP와 P2P가 통신사 수익구조를 위협하니 차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기준안이 통신사 이익을 지키는 쪽으로 비중이 가 있어 이제 막 형성되려는 우리나라 ICT 생태계를 시들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학계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모정훈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는 “다양한 관리를 하면서 (관리 권한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는 다양한 규정을 넣었다”면서 “나름대로 합리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려 노력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너무 엄격한 안이 되지 않게 나름 유연성을 두는 내용이 있었다”면서 “굉장히 세부적인 분석이 많이 된 것이 보였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이 같은 트래픽 관리 기준을 공개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창희 방통위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망 사업자가 설비투자와 망 고도화를 통해 트래픽 증가에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하지만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트래픽 관리는 필요하고,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준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