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회장이 뉴스 인터내셔널 그룹 발행인과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22일 뉴스코프 인터내셔널 측은 머독이 지난주 영국 신문인 더 선·더 타임스·선데이타임스를 관리하는 뉴스인터내셔널 그룹과 타임스 뉴스페이퍼 홀딩스, 뉴스코프 인베스트먼트 등의 이사직을 내려놨다고 밝혔다.
뉴스코프 측은 이번 결정이 “기업 분리에 앞선 정리 작업일 뿐”이라며 의미를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뉴스코프는 앞서 지난달 말 회사를 신문·출판 부문과 엔터테인먼트 부문으로 분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는 지난해 머독이 전화 도청 추문으로 회사 명성에 흠집을 낸 영국 신문에서 한 걸음 물러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뉴스코프는 영국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 기자들이 정계, 연예계 유명 인사는 물론이고 실종 소녀, 테러 희생자 유족, 전사자 유족 등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무분별하게 해킹하고 경찰에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당 신문이 폐간되는 등 큰 파문을 겪었다. 이후 뉴스코프 주가가 급락했고 영국 위성방송 BSky B 인수도 무산되면서 주주 반발이 증폭돼왔다. 머독은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인도 등지의 자회사 여러 곳에서도 이사직을 사퇴했다고 뉴스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뉴스코프 주주 18명은 올 연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머독이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아 이사회에 제출했었다. 비상임 이사 2명은 지난달 열린 18개 기관투자자들의 모임인 지방자치단체 연기금 포럼(LAPFF)에서 머독의 진퇴를 포함한 뉴스코프 경영권 문제를 논의, 새로운 결의안을 내기로 의견을 모은 것. 머독은 이를 알아채고 직접 용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텔레그라프가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