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와이브로…`출구 전략` 핫이슈로

우리나라가 주도해온 차세대 통신서비스 `와이브로`가 딜레마에 빠졌다. 처음 개발될 때 기대했던 시장 활성화와 글로벌 확산 전망에 비해 매우 부진한데다 롱텀에벌루션(LTE) 등 대체기술 등장으로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사업을 지속하면 손실이 예상되지만, 대표적인 국산 기술인만큼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정부도 와이브로 주파수 전환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주말 와이브로 주파수의 TD-LTE로 전환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와이브로 사업을 하기 싫으면 주파수와 사업권을 반납하라”고 말했다.

KT가 최근 와이브로와 TD-LTE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와이브로 주파수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와이브로는 고속 데이터 서비스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와이브로를 구축할 장소가 아직도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와이브로 사업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와이브로는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개발해 지난 2006년 6월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 인구 대비 약 90% 커버리지 확보로 와이브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이브로 가입자는 지난 5월말 기준으로 KT 87만8000명, SK텔레콤 6만명으로 채 100만명에도 이르지 못한다.

지난 2003년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2011년까지 와이브로 국내 가입자 950만명, 매출액 3조원 규모를 예상했다. 전망치 대비 현황은 턱없는 수준이다. KT는 지난해 와이브로 사업으로 2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고, 2018년까지 누적적자는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와이브로가 부진한 이유는 LTE, 3세대(G) 무제한 요금제, 촘촘한 와이파이 망 등 대체재가 등장해서다. 글로벌 와이브로 사업자들도 시장정체와 수익악화 등 국내 사업자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이에 미국 클리어와이어, 인도 바티, 러시아 요타, 말레이시아 P1 등 많은 사업자들이 와이브로 투자를 중단하고, LTE로 전환할 계획이다. 시장성이 없자 와이브로 장비 및 단말기 제조사들도 신규 제품 개발에 소극적이다. 지금까지 휴대폰에 와이브로가 적용된 모델은 단 1종에 불과하다.

KT가 와이브로와 TD-LTE를 병행할 수 있도록 주파수 용도전환을 요구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사업자당 30㎒씩 할당된 와이브로 주파수가 가입자 대비 여유가 충분하고, 미할당된 와이브로 주파수도 있는 만큼 TD-LTE와 병행해 기술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TD-LTE 전망이 밝은데다, 와이브로와 TD-LTE는 같은 시분할(TDD) 방식으로 기술 유사성도 높다.

KT는 이 위원장의 발언 직후 “와이브로 서비스 중단 계획이 없으며, 와이브로 망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세종시에 오는 10월 상용화 목표로 신규 와이브로 기지국을 구축중이며, 연내 영종도와 송도 등 수도권 신도시 지역에 커버리지 확장을 추진 중”이라는 원론적인 공식 입장은 내놓은 상황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