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스포츠가 사행성 게임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결은 `게임머니 거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등급 분류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확대해석하기보다는 게임 그 자체의 성격과 기능에 초점을 맞춰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단골스포츠, 어떤 게임이기에=단골스포츠는 18세 이상 이용 가능한 스포츠 경기 예측게임이다. 프로야구·프로축구·프로농구 세 종목의 실제 스포츠중계를 보면서 베팅과 배당을 하는 방식이다.
게임 이용자는 경기 결과를 예측해 게임 머니인 `두꺼비`를 1점, 10점, 100점, 1000점 단위로 베팅한다. 예컨대 축구 경기에서는 첫 골 선수, 첫 골 시각, 경기결과, 옐로 카드를 받을 선수 등에 두꺼비를 걸 수 있다. 맞히면 베팅에 참가한 이용자 수에 따라 배당이 이뤄진다.
◇판결 배경과 영향=대법원 판결은 단골스포츠가 스포츠토토를 모사했다고 보기 힘들며, 간접충전 방식을 취하는 고스톱포커와 같은 웹보드 게임처럼 해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게임이나 피망, 넷마블 등의 게임 포털이 제공하는 고스톱이나 포커도 같은 방식이다.
게임머니인 두꺼비의 `환전 가능성`을 지적한 게임위의 판단과 달리 법원은 게임 내 아이템 획득에 포커스를 뒀다. 간접 충전 방식이고 게임 내 거래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미래에 재산상 손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개연성만으로 등급을 거부하면 곤란하다는 판단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온라인 스포츠 베팅 게임 개발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게임 개발사와 특정 스포츠 게임 대회 주최 측이 합의하면 간접 충전 방식의 다양한 온라인 스포츠 베팅게임이 나올 수 있다.
게임 분야 한 변호사는 “예를 들면 자동차 경주 `F1`에도 온라인으로 베팅하는 게임이 출시될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은 사행성 게임물에 관한 주요 판례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사점=판결은 사행성 게임과 아이템의 정의 등 게임 업계에 다양한 과제와 시사점을 남겼다. 대법원이 업체 측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해 독립 심의기구인 게임위가 추후 재심의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정부가 다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경마와 카지노 모사 게임과 스포츠 베팅 게임 간 규제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게임위와 경마 게임 개발업체 간 유사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대법원 판결과 달리 1, 2심에서 경마 게임 업체가 패소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
김원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