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었다. 정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출연연 단일법인화가 또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24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의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출연연 통폐합 작업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출연연 구조 개편 작업을 차기 정부로 넘기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뿐만이 아니다. 연구자 중심의 양대 노동조합은 정부 출연연 통폐합 재추진을 규탄하고 나섰다. 양대 노동조합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를 강행하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했다.
원초적 원인은 국과위가 18대 국회에 제출됐다가 폐기된 법안을 자구 수정 없이 그대로 19대 국회에 올린 일이다. 바꿔 말하면 당초 법안이 가졌던 쟁점의 원인도 그대로 남아 있다.
정부안에는 일부 출연연이 단일법인 대상에서 제외된 문제가 있다. 정부는 단순 단일법인화라고 하지만 몇 년 후 개별 연구소의 브랜드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법인화 이후 진행될 인력 감축도 걱정거리다. 국과위는 인력 감축은 없으며 점진적으로 인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조직 규모를 늘리기 위해 단일법인화 또는 통폐합을 진행하는 사례는 드물다.
무엇보다 출연연 문제는 상위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라고 진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를 비롯한 상위 거버넌스 개선 없이 문제의 초점을 출연연 구조에만 돌리는 분위기다. 그러니 현장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출연연 스스로도 국과위로 이관을 요구한 바 있다. 국과위도 출연연 구조 개편을 마무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제라도 국회에서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 현 정권에서 풀리지 않던 숙제가 차기 정부에서는 무조건 다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낙관적이다.
윤대원 벤처과학부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