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5·16과 힐링캠프

[데스크라인]5·16과 힐링캠프

인간의 행위는 현세에서든 내세에서든 반드시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 평가에 따라 나온 또 다른 행위가 역사를 만든다. 여기서 이야기 하나.

지난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그해 9월 수출산업단지 조성을 이유로 서울 구로동 일대 땅 30만여평을 농민들로부터 빼앗아 국유지로 강제 편입시켰다. 당시 전후 농업 중심 국가였던 우리나라에서 농지를 빼앗는 것은 생명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51년이 흐른 2012년 7월, 법원은 이 강제수용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지금 그 땅이 첨단산업단지로 천지개벽하고 수출로 우리 모두가 다 잘 먹고 잘살게 됐다고 해서 그때의 잘못이 잘한 일로 둔갑하는 것은 아니다.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그 인식, 피해를 본 국민에겐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 23일 밤 많은 사람들을 TV 앞으로 불러 앉혔다. 7월 5일(김홍선 안랩 대표 부친상 문상 때) 이후 18일 만의 전격적인 등장이었다. 책 출간(7월 19일) 때도 안 보였던 그는 `자신이 필요할 때 나가겠다`는 방식으로 국민 앞에 섰다.

SBS `힐링캠프` 출연으로 안 원장은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도 일부(리얼미터 24일 조사 결과) 앞서기까지 했다.

TV 출연 자체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고도의 정치 행위가 됐다. “형평성이 없다” “TV에서 책 파냐”라는 경쟁자의 비아냥은 쳐내더라도 이것이 진짜 책임감 있는 행보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다가올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의 행위지만 5·16의 본질과 평가에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 한다.

안철수 원장은 책과 방송을 통해 나름의 정치 행보를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은 그에 대해 모르는 게 더 많다.

물론 둘 간의 승부가 최종 결정된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들의 행동, 인식 하나하나는 올해 대선 결과를 가름하는 아주 중요한 역사적 행위이자 엄중한 평가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후보가 5·16이 역사적으로 잘못된 일이었다는 것을 국민 앞에 고백한다고 해서 아버지의 명예를 뭉개는 배은망덕한 `불효`가 되진 않는다.

안철수 원장이 국민의 뜻을 묻고 결정된 것을 `감당할 수 있다`고만 하지 말고 출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빨리 밝히는 것이 우유부단하지 않다는 그의 삶과 맞다.

국민은 이 두 사람이 이미지로만 쌓아 올린 허상을 더 보고 싶지 않다. 나오라, 세상에!

이진호 경제금융부장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