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사업자와 방송 사업자가 국토해양부의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국전력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전주에 매달린 전선(공중선) 점용허가와 점용료 부과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시행령 개정은 철회돼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보행자와 도로의 안전과 교통 장해 방지, 도시 미관 개선이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개정안의 근거가 법리적으로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통신·방송·전력 요금 인상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이용자 편익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통신 사업자를 대표하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케이블TV 사업자를 대표하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는 이 같은 내용의 건의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그 뿐만 아니라 관련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도 각각 국토부에 공중선에 점용료를 부과하는 개정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해 적지 않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안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통신 사업자·케이블TV 사업자·한국전력은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이 법리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례없는 이중규제라는 지적이다. 개정 목적과 수단 간 괴리가 분명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통신 사업자 고위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 부담을 차치하더라도 공중선 점용료 부과는 기존 상식을 모두 부정하는 것으로 새로운 규제임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수 차례 제기된 공중선 점용료 부과 논란에 대한 행정부와 사법부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6년 법제처는 공중선 점용료 부과가 불가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같은 해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공중선을 전주의 부속물 또는 전주와 일체가 되는 시설로 간주, 점용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정했다.
지난 5월에도 대법원은 서울시와 한전 간 공중선 점용료 소송에서 공중선 점용료 부과가 부당하다며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전력선과 통신선 등 공중선이 전주와 연결된 시설물인 전주의 부속물로 별도의 점용료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통신 사업자·케이블TV 사업자는 “국토부가 기존 판단을 무시하고 전주에 이어 공중선을 대상으로 점용료를 부과하려는 것은 이중 규제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공중선으로 생기는 도로 기능과 미관 저하를 점용 허가와 점용료 부과 명분으로 제시했다.
복잡한 전력선과 통신선으로 도로 기능이 저하, 관리 필요성이 분명하다는 논리다. 이를 통해 공중선의 지중화를 유도, 미관 개선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사업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과, 방송, 전력은 공급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공공적 서비스로 공중선 설치는 필수불가결한 행위임에도 별도 점용료를 부과하는 게 도시미관 개선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점용료가 공중선 환경 개선을 위한 목적세가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점용료가 지방자치단체 일반 회계로 편입되는 만큼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외에도 공중선 점용을 허가하는 지방자치단체가 허가 여부를 사업자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사업자뿐만 아니라 학계 전문가도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은 정책 일관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지난 1961년 도로법이 신설된 후 공중선에 점용료를 부과하지 않았고 사법부와 행정부도 공중선에 점용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일관된 원칙을 고수했다”며 “국토부의 도로법 시행령 개정은 정책의 신뢰보호 원칙에 반하는 결정으로 재고해야 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달 중 국무총리실 규제심사를 시작으로 9월 초 법제처 심사를 거쳐,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공중선 점용료 부과 논란 일지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