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일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런던 올림픽과 열흘 이상 계속되는 열대야 때문이다. 올림픽이야 세계적인 선수의 수준 높은 기량을 보고 우리 선수의 선전과 승전보에 힘입어 희망을 주는 일이겠으나, 한낮의 폭염과 밤까지 이어지는 열대야는 가뜩이나 지친 우리의 심신을 더욱 고달프게 한다.
왜 이렇게 날씨가 더워지고 있을까. 이제는 그 원인을 전문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도 잘 안다. 인류가 산업화를 이루면서 배출해온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지구의 대기를 데우고 이렇게 축적된 열이 세계적인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는 태양 직사광선을 투과시키면서 지구가 배출하는 적외선을 흡수해 대기를 데우는 역할을 한다. 산업혁명 이전 280PPM이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현재 400PPM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지구대기는 지난 100년간 0.8도, 우리나라 부근은 1.8도 높아졌다.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보면 장래 기후변화는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는 2050년까지 2.3도 더 상승할 것이며 우리나라 부근은 3.2도 높아질 것이다. 강수량도 세계는 3.2% 증가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15.6% 더 높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기온 상승과 강수량 증가는 해수면 상승, 더 잦은 폭염과 열대야, 가뭄과 홍수, 그리고 생태계 변화와 열대성 질병의 증가 등을 가져올 우려가 크다.
최근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발생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저감하겠다는 목표로 산업·공공부문 목표관리제 시행, 배출권 거래제 도입, 녹색생활 실천 등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저감(mitigation) 조치만으로는 다가오는 기후변화 위협에 충분히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미 지난 100여년간 막대한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뿜어졌고 이로 인한 기후변화 현상은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에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기후변화에 반드시 적응(adaption)해야 한다.
우리는 폭염과 열대야 발생을 피할 수 없다. 오히려 폭염과 무더위 등 기후변화 속에서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변화하는 생태계에 맞춰 우리 농업과 산림, 유전자원을 보호하고 개발하며 산업과 경제가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노력도 결코 게을리할 수 없다. 정부에서는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2010년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마련했으며 최근 새로운 기후변화 장기전망을 반영해 기존 대책을 보완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 적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후변화 초기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장래 우리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영국의 스턴보고서는 지금 당장 기후변화를 막는 데 드는 비용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이지만, 이를 방치했을 때 발생하는 피해비용은 세계 일인당 평균 소비 수준의 5∼20%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재앙 대비에 가장 좋은 것은 미리 막는 것(人之防患, 貴在防之未然)`이라는 말은 동서고금의 격언이다. 현재 기후변화는 진행 중이고 그 피해는 갈수록 커질 우려가 있다. 초기부터 착실히 연구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결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도 뜨거운 태양이 사정없이 내리쬐고 있다. 국민 여러분이 이 더위를 지혜롭게 견디길 빌어 본다.
박천규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 ckpark91@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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