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그룹이 휴대폰 제조사업에서 철수한다. 지난해 말 SK그룹 계열 SK텔레시스가 휴대폰 사업을 중단한데 이은 것으로 중하위권 휴대폰 제조사 구조조정이 현실화됐다.
KT는 지난 10일 지분 93.76%를 보유한 휴대폰 제조 자회사 KT테크에 105억원을 추가 출자해 지분 100%를 확보한다고 공시했다. KT는 399억원 규모 KT테크 자산과 부채도 인수하기로 했다.
KT는 출자와 자산·부채 인수를 완료하는 대로 사업 청산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청산 시점은 내년 1분기로 예상된다.
KT는 KT테크 사업 청산 이후에도 자사 또는 관계사를 활용한 휴대폰 제조사업을 전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업체 영향력이 커지면서 독자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KT테크는 지난 2001년 한국통신프리텔(KTF)을 모회사로 설립된 후 2009년 6월 KT와 KTF가 합병하면서 KT 자회사로 편입됐다.
과거 피처폰 시대 `에버` 브랜드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지만 스마트폰 시대로 전환된 이후 고전했다. `테이크`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프리미엄폰에 밀려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인수합병(M&A)설이 나돌았다.
사업청산 소식에 당사자인 250여 KT테크 직원은 당황한 기색이다. 올 가을을 겨냥해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던 차에 갑작스러운 공시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
김기철 KT테크 대표가 13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후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KT가 KT테크 자산·부채를 모두 인수하는 만큼 직원 고용도 전원 승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SK그룹도 지난해 11월 휴대폰 사업을 중단했다. SK그룹은 2005년 SK텔레텍을 팬택에 매각한 뒤 2009년 SK텔레시스로 휴대폰 사업을 재개했지만 2년여 만에 철수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장이 애플과 다자 간 경쟁 구도를 보였던 초기 국면을 지나 애플과 삼성전자 양강체제로 재편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블랙베리 제조사 RIM이 M&A설에 시달리고 HTC는 실적 부진에 빠졌다. 상위 업체가 시장을 좌우하는 승자독식 구도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지배력이 확고한데다 저가폰 시장은 중국업체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국내외 시장 모두 중하위권 업체에게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호준·권건호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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