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습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온전히 갖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는데….”
한 통신사 관계자는 지난주 벌어진 `세계 최초 음성 롱텀에벌루션(VoLTE)` 논란에 진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기자수첩]통신산업 규제, 새 논의 시작해야](https://img.etnews.com/photonews/1208/318243_20120813195758_098_0001.jpg)
이 회사는 미국 통신사 `메트로PCS`가 LG전자 VoLTE 지원 단말기가 나오자마자 VoLTE 서비스를 내놓을 거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세계 최초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시간 전쟁`을 벌였다.
시나리오대로 성공하는 듯했다. 한국 시각으로 7일 오후 3시께 SK텔레콤·LG유플러스는 VoLTE 상용화 시스템을 열었다. 메트로PCS는 이날 저녁에야 상용화 소식을 발표했다.
발목은 다른 곳에서 잡혔다. `약관 신고` 절차 때문이다.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상용 서비스가 아니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유권해석이 내려졌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8일 신고를 마치고 본격 상용 서비스에 들어갔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은 미국의 일부 지역 사업자에 불과한 메트로PCS에 내줬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서비스 마케팅에서 차지하는 무게는 작지 않다. 업계 선도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릴 기회다.
물론 법에 정해진 절차를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은 기업으로선 별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통신 기업이 서비스를 내놓을 때마다 거치는,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정부 인가·신고 절차 타령이 기업 마케팅의 장애물로 작용한 것이다.
우리나라 통신 인프라 산업이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게 된 데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그 가운데 불거진 일부 특혜 의혹과 경쟁 제한 요소 등이 완전히 민간으로 넘어온 통신 시장에서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꼭 필요하게 만든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통신 기업이 내수 시장에 머문 탓에 정부 규제는 통신 산업에 폐해보다 효과가 더 컸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기술 전환이 이뤄지고 글로벌 기술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기존 규제 개선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지금, 모두가 머리를 다시 맞대야 할 시점이다.
황태호 통신방송산업부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