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창업가가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새로운 사업은 세계 시장이 수백 억 달러 규모고 한국 시장도 몇 천억원이다. 나는 조금만 차지해도 성공할 것이다.” 시장이 크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시장에서 3등 이하가 되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잃는다.
잭 웰치 말에 따르면 돈을 버는 비결은 어렵지 않다. 특정 시장에서 일등을 하면 초과이익을 올린다. 2등을 하면 약간의 수익을 올린다. 3등은 손익분기점이 되면 다행이다. 4등 이하는 볼 것도 없이 적자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큰 시장에서 1등 하는 것이다. 다른 여지가 없는 대박이고, 모든 창업가의 꿈이다. 그러나 그 확률은 대단히 낮다.
그렇다면 같은 능력을 가진 창업가가 큰 시장에서 5등을 하는 것과 그보다 10분의 1 정도인 작은 시장에서 1등을 하는 것,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 생각해보자. 큰 시장에서 5등을 하면 언젠가 1등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은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가능성은 있으나 확률은 높은 편이 아니다. 10분의 1이 되는 시장에서 1등을 하면 차별화된 수익을 거둔다. 차별화된 수익으로 확장을 위한 대비를 할 수 있다. 세분화된 틈새시장에서 성공하고 다시 주변으로 확산하는 것이 성공확률이 높은 전략이다.
벤처성공 방정식은 간단하다. 일등하면 대박이고 3등 미만은 쪽박이다. 디지털 CCTV 세계 1, 2위를 다투는 벤처기업 아이디스를 보자. 창업자 김영달 사장은 카이스트 박사 출신을 모아서 컴퓨터 운영체계(OS)와 같은 거대 시장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디지털 CCTV시장에 진입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미국 실리콘밸리 학회를 갔는데 막강한 미국 친구들 발표를 보고 주눅이 들었다. 그러나 마침 근처에서 열린 CCTV전시회를 가보고 느낀 것은 이 정도라면 우리 실력으로 충분히 해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 사장은 바로 한국 글로벌 벤처에 전형적인 성공 방정식을 보여준다. 제조기반 벤처기업으로서 첫 1조원를 돌파한 휴맥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디지털 셋톱박스는 세계 최고인력이 몰려들지 않는다. 서울대 박사들이 힘을 합쳐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다. 미래 핫 아이템은 세계 최고 인재가 몰려든다. 시장과 자본과 경험이 없는 한국의 스타트업이 경쟁하기 어렵다. 일본 로봇산업에 도전장을 던진 T모 기업, 한국형 OS와 한국형 대형컴퓨터를 꿈꾼 프로젝트 결과는 결국 실패였다.
스타트업 성공은 내 역량으로 1등할 수 있는 시장을 선택하는데 있다. 결국 역량을 키우거나 시장을 세분화하거나 둘 중 하나다. 역량을 순식간에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면 역량으로 1등할 수 있도록 시장을 세분화하라. 화려한 시장에서 용의 꼬리가 되는 것 보다 틈새시장에서 뱀의 머리가 돼 수익을 얻어라. 수익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내는 사업을 확산하라. 우리나라 벤처 성공방정식은 `일류 인재`들로 `이류 틈새시장`에서 리더가 되는 것이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mhlees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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