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목숨까지 위협 '자동차 해킹' 현실로…

# 최정예 해커들이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부두에 집결했다. 고성능 컴퓨터와 첨단 전자장비를 갖춘 이들이 침투한 곳은 수만대의 자동차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수출산업단지. 이들은 자동차에 장착된 소형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않았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고된 작업을 수행했다.

영화가 아니다. 인텔이 2010년 인수한 세계 최대 컴퓨터 보안업체 맥아피(McAfee) 소속 최정예 해커들이 최근 자동차 수출산업단지에서 실제로 이 같은 일을 했다고 로이터가 21일 보도했다. `자동차 해킹`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절도나 도청, 원격조종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자동차 해킹이 얼마나 일어났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자동차 업계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포드자동차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 개발하고 있는 차량 IT시스템 싱크(Sync) 팀에 해킹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도록 지시했다. 앨런 홀 포드 대변인은 “포드는 이 같은 공격 위험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다자동차도 이 같은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0년 컴퓨터 보안 전문가들이 자동차 해킹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하면서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이들은 폐쇄된 공항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해킹해 사고를 일으키도록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에서 모인 과학자들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웜바이러스와 트로이안 바이러스가 진단 프로그램이나 무선 통신, 심지어 CD플레이어를 통해 자동차에 침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는 `바퀴 위의 컴퓨터`로 불릴 정도로 컴퓨터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고 있다. 애플이나 구글이 자동차에 관심을 갖는 게 우연이 아니다. 자동차에 장착된 `전자통제장치(ECU)`에는 수십개의 소형 컴퓨터가 장착돼 엔진이나 브레이크,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제어하고 있다.

브루스 스넬 맥아피 CEO는 “PC가 해킹당한다면 며칠 기분이 안 좋으면 그만이지만 차가 해킹당하면 생명이 위험해진다”면서 “당장은 패닉 상태에 빠질 필요는 없지만 미래에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