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낙하산 인사

낙하산 인사란 흔히 직무 능력이나 자질, 전문성과 관계없이 권력을 배경으로 자리를 차지할 때 하는 말이다. 권력이 배후에서 작용하는 만큼 객관성과 중립성을 기대하는 건 사치나 다름없다. 능력 검증은 뒷전이다. 전문성 결여는 이력과 경력을 과대 포장하는 것으로 숨긴다.

낙하산 인사에게 조직 혁신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낙하산 인사는 권력을 배경으로 자리를 차지한 만큼 권력이 요구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조직의 독립성은 언감생심이다. 낙하산 인사의 아마추어 경영에 따른 비효율과 부작용은 전적으로 조직이 감수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낙하산 인사는 제 잇속 챙기기에 혈안이 되기 십상이다. 조직의 이익은 후순위다.

낙하산 인사는 또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유능한 전문가 혹은 조직 내 인사는 낙하산 인사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전임 원장이 중도 하차한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당초 예정된 공모 기간을 연장, 신임 원장 공모를 지난 20일 마감했다. 다양한 전문가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공모 기간을 연장했다는 한국인터넷진흥원 설명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초대 원장과 전임 원장이 모두 낙하산 인사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이 같은 오해를 불식하는 방법은 정치권 주변 인사가 아닌 합당한 능력의 전문가를 신임 원장으로 선임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조직의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전문성`에서 안팎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원장=낙하산 인사`라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던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신임 원장 공모를 그간의 오명을 불식할 절호의, 그리고 최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김원배 통신방송산업부 차장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