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동안 돈을 못 벌었지만, 계속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했거든요.”
`맨 땅에 헤딩하기`를 방불케 하는 토종 게임 개발사의 끈질긴 도전이 굳게 닫힌 일본 시장을 열었다. 2009년에 문을 연 모바일 게임업체 빅포게임즈(대표 강승구)가 일본 시장에서 억대 월 매출을 올리며 모바일 게임 해외 진출의 성공 신호탄을 쐈다.

처음은 완벽한 실패였다. 모바일 게임 `대항해이야기`를 일본 시장에 내놨으나 반응이 없었다. 빅포게임즈는 실패에 굴하지 않고 계속 일본 시장에 내놓을 게임을 개발했다. 6조원 규모의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 사활을 걸었다.
피처폰 기반 모바일 게임 비중이 더 큰 일본 시장에 맞춰 피처폰과 스마트폰을 모두 아우르는 HTML5 개발 전환에 총력을 기울였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게임은 출시 3개월 내에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추가 투자가 필요한 업데이트는 쉽지 않다. 소수 인원의 중소 개발사라면 해외 콘텐츠 업데이트는 더욱 엄두를 내기 힘들다.
강승구 빅포게임즈 대표는 “돈도 못 버는 상황에서 서비스사인 야후모바게 측에서 보름마다 콘텐츠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느냐고 의구심을 품었지만 결국 해냈다”면서 “일본 시장에 맞는 게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매달린 것을 보고 야후모바게 측에서 적극적인 노하우 전수에 나섰다”고 말했다.
실패는 노하우로 쌓여갔다. 두 번째로 개발한 `환수이야기`는 야후모바게 지원 아래 일본인 입맛에 맞는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일본 이용자가 좋아하는 `트레이딩카드게임(TCG)` 장르로 유료 아이템 판매 기반도 갖췄다. 환수이야기는 최근 야후모바게 롤플레잉게임(RPG) 순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
빅포게임즈가 하나의 게임으로 일본에서 거둔 월 3억원대 매출은 국내 대표 모바일 게임사도 못 이룬 성적이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나우콤의 투자를 이끌어냈고, 넥슨과 공동 게임 개발도 추진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강 대표는 “국내에서 성공한 게임들이 단순히 언어만 바꿔서 내놓는 사례는 모두 성공하지 못 했다”면서 “일본 시장용 게임 4종을 비롯해 올해 총 10종의 신작을 출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