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애플 특허전쟁, CEO 협상도 결렬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과 관련 변호인단 협상이 결렬된데 이어 최종 선고를 앞두고 이뤄진 최고경영자(CEO) 간 막판 전화협상 재시도도 결렬됐다.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지면서 세기의 특허전쟁은 결국 법정 판결로 우열이 가려지게 됐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20일(현지시각)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전화로 특허소송 협상을 시도했다. 최 실장은 전 삼성전자 대표이사 자격으로 협상에 참여했다.

전날 소송대리인 명의로 협상 결렬 보고서가 제출됐지만 양측 모두 실낱같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여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날 법정 종료 직전 삼성 측 변호사는 법원에 CEO 협상 실패를 보고했다.

◇삼성-애플 특허소송 판결 임박=최종 CEO 협상이 결렬되면서 삼성전자와 애플, 애플과 삼성전자가 벌이는 세기의 특허소송 판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법원 명령에 따라 이뤄진 마지막 CEO 협상마저 소득 없이 끝나면서 현 소송기간 내 협상 타결은 물건너갔다.

협상에 실패한 두 회사는 21일 법정에서 각각 두 시간씩 최후변론을 갖고 상대에게 최후의 공격을 가했다.

삼성전자는 애플 디자인을 도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애플이 자사 통신특허를 침해했다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자사 아이폰과 아이패드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배심원단, 고심 속 평의 개시=9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최후변론 청취 후 평의 과정을 거쳐 이번 주 안에 판사에게 결과를 통보한다. 늦어도 24일에는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배심원 결정에 따라 삼성전자와 애플 둘 중 한 곳은 ICT 시장에서 악역으로 전락하게 된다.

판결을 앞두고 배심원단 고민도 커지고 있다. 배심원도 삼성전자와 애플만큼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외신에 공개된 배심원 잠정 판결문에 따르면 배심원이 소송과 관련해 판단해야 할 항목은 수백개에 이른다.

수십여종 단말기에 항목별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미국법인, 삼성텔레커뮤니케이션아메리카 등 주체별로도 판단이 필요하다.

◇삼성-애플 전쟁 2차 국면으로=삼성과 애플 모두 자사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즉각 항소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판결이 나오든 두 회사가 전격 합의하기 전에는 소송전은 끝나지 않는 셈이다.

캘리포니아법원에서 진행 중인 특허 본안소송 외에 최신 스마트폰에 관한 양사 대결도 있다. 애플은 20일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삼성전자 `갤럭시 넥서스` 스마트폰 판매금지를 재차 촉구했다.

앞서 갤럭시 넥서스는 애플의 특허침해 주장으로 판매금지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지금은 삼성 측 요구가 받아들여져 잠정 해제된 상태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특허본안소송과 별도로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를 놓고도 계속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는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서 30여개 특허소송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 본안소송 판결과 관계없이 양사 특허전쟁은 2차전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전망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