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가 위헌 판결을 받았다. 네티즌 표현의 자유를 얽맨다는 비판을 산 대표적 규제가 사라진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인터넷 게시판에 글이나 댓글을 쓰려면 사용자 실명을 확인하도록 한 제한적 본인 확인제, 이른바 인터넷 실명제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판결했다.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5 제1항 제2호 등이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사업자의 언론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헌법적 가치로 이를 제한하기 위해선 공익 효과가 명백해야 한다”며 “제한적 본인 확인제가 표현의 자유 제한을 정당화할 만큼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터넷 실명제 실시로 불법 정보 게시가 감소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에 인터넷 이용자는 신원 노출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국내 사업자는 해외 기업에 비해 역차별당하는 등 입법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외국인 등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사람의 인터넷 이용을 어렵게 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새 서비스와 경쟁하는 사업자에게도 불리하다고 봤다. 불법 정보 게시자를 추적할 수 있는 수단이 있고, 불법 행위를 하지 않은 일반 열람자도 본인 확인 대상이 되는 등 익명 표현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로써 2007년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는 5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이 제도는 인터넷 악성 댓글로 인한 연예인 자살 논란 등이 일면서 도입됐다. 익명성을 악용한 허위 사실 유포나 인신공격을 막는다는 취지였으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인터넷 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작년 SNS를 통한 선거 운동을 제한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인터넷 실명제도 위헌으로 결정났다. 올해 대선에서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한 선거 운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작년 말 업무보고에서 인터넷 실명제 재검토 계획을 밝히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 인터넷 서비스에서 주민등록 수집 등을 금지했다. 양청삼 방통위 네트워크윤리팀장은 “헌재 판결 취지에 따라 개선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인터넷 실명제 연혁
2007.7. 인터넷 실명제 도입
2009.1. 하루 평균 방문자 10만명 이상 사이트로 적용 확대
2010.4. 미디어오늘, 인터넷 사용자 등 헌법 소원 제기
2012.8. 인터넷 실명제 위헌 최종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