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골리앗과 싸워 이길 때 멀리서 돌팔매질을 했습니다. 다윗이 골리앗에게 잡혔다면 이길 수 없었겠죠. 다윗과 골리앗의 거리가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에 있는 기술의 거리입니다.”
정덕구 니어(NEAR)재단 이사장은 24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과학기술포럼 월례 토론회`에서 `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환기 시대의 한·중 관계`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정 이사장은 “오늘날 중국은 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과 거리를 어떻게 둘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이 주장하는 `거리`는 기술의 거리와 가치의 거리로 나뉜다. “중국 기술은 아직 정교함이 떨어집니다. 우리나라와는 분명 기술 격차가 존재합니다. 상대적으로 중국과 기술 격차를 계속 유지하지 못하고 따라잡히게 된다면 우리나라가 중국에 종속될 위험이 있습니다.”
정 이사장은 “중국은 끊임없이 기술 진보를 위해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와의 기술 거리가 줄고 있지만 넘지 못할 선이 아직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를 예로 든 정 이사장은 “산업자원부 장관 시절 중국이 우리나라처럼 반도체를 해보자고 투자를 시도한다고 들었다”며 “결론은 `어렵다`로 나왔는데 정교함을 비롯한 `넘지 못하는 선`이 바로 이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거리인 `가치의 거리`는 두 나라 사이의 DNA 차이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이 추구하는 가치와 우리의 가치는 분명히 다릅니다. 가치의 거리를 어떻게 좁히는지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부각되는 과제입니다.”
정 이사장은 “한·미 동맹을 확인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키워드는 `가치 동맹`이었다”면서 “우리나라는 중국과 가치 동맹국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평했다. 대국 입장에 선 중국이 주변 작은 나라를 편입시키고 예속하려 하기 때문에 선천적 가치가 다르다는 의미다.
중국에 얕보이지 않는 수준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해야한다는 것이 정 이사장의 생각이다.
정 이사장은 “연미화중(聯美和中)을 통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끈질긴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과제다”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