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의료기기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노후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측정 표준이 나올 전망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의료기기 신뢰성 향상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시판된 컴퓨터 단층촬영장치(CT)·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 특수 영상장치의 결함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해 교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든다고 30일 밝혔다. 연간 투입 예산은 10억원으로 추정된다.
일반 기기는 안전성과 기능 심사를 거쳐야 사용이 가능하다. 장비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마모·노후 등으로 인해 기능 이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연구원에서 기기 교정을 위한 성능 표준 검증을 실시한다.
김진석 선임본부장은 “의료기기의 경우 우리나라에는 성능평가를 위한 기준이 불명확해 검증 실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밝혔다. 안원식 서울대 병원 교수는 지난해 의료기기 기준 규격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의료기기 허가 난이도는 세계 평균이지만 시판 후 검사 정도는 최하위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임현균 박사는 “지난 2005년 불량 의료기기 퇴출 사업 전에는 사용 중인 영상장치의 기능적 문제로 재촬영률이 30%에 가까웠다”며 “최근 줄긴 했지만 여전히 신뢰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안전성 평가에서 20점보다 낮으면 불량 판정이 나 사용을 못하게 하지만 20점 이상은 계속 장비 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장비는 20~50점대 수준으로 불량은 아니더라도 기기 신뢰성은 떨어진다는 것이 임 박사의 설명이다. 연구원은 20~50점대의 낮은 신뢰도를 보이는 의료기기를 타깃으로 잡고 있다. 사업은 신뢰성이 낮은 의료기기에 대해 교정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안전성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 CT·MRI 장비에 대한 정량 측정법도 만든다.
연구원은 영상장비 측정 기준이 마련되면 의료사고 감소뿐 아니라 진료비용 절감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영상의료장비의 노후 정도와 성능에 대한 표준을 마련해 진료수가에도 반영한다. 일본은 CT 채널수, MRI 자기장 세기 등에 대한 성능을 측정해 차등 수가제를 실시 중이다. 호주에서도 `의료영상인증프로그램(DIAS)`를 통해 CT·MRI 유효기간 경과 시 수가를 50% 감면한다. 미국도 장비 사용 횟수에 따라 진료 수가를 낮춘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