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스닥 IPO 침체 해결책 찾아야

기업공개(IPO)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계절은 가을을 향해 가지만 분위기는 한겨울이다.

최근까지 신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17개사에 그쳤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16개사, 코스닥시장 57개사를 포함해 총 73곳이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하반기 IPO 시장 역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반기 IPO를 위해서는 상반기 실적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적 부진→IPO 지연→성장동력 상실`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특히 성장 기업의 산실이라는 코스닥시장은 오랜 기간 지수 침체로 IPO 부진이 더 심각하다.

IPO 시장이 얼어붙은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기업 실적 부진과 코스닥 시장 침체가 핵심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심화하면서 중소기업 실적이 저조해진 것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꿈으로 여기던 중소기업에는 기회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상장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지면 IPO 꿈이 사라진다.

상장 조건을 충족해도 시장 진입을 꺼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코스닥시장 공모 기능이 약화되고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도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익이 꾸준히 발생하고 브랜드 인지도 확산이 덜 중요한 B2B 기업 등으로선 굳이 코스닥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IPO는 그간 중소기업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 시장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이 침체하고 코스닥이라는 브랜드가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코스닥 IPO는 계속 침체할 수밖에 없다. IPO 시장 침체는 주식시장을 넘어 기업과 산업 전체의 침체로 이어진다. 해가 갈수록 상장조건도 까다로워지면서 일부 기업은 아예 상장의 꿈을 접기도 한다. 높은 문턱을 보고 도전조차 포기하는 기업이 늘어난다.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이 없는 시장은 존재 이유가 없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거래할 수 있는 기업의 주식과 이를 거래하는 투자자가 있어야 한다. 참여 기업과 투자자가 없는 시장은 무의미하다. 15년이 넘는 코스닥시장도 이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경민 경제금융부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