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세계적인 스타 SW인을 배출하려면](https://img.etnews.com/photonews/1209/306330_20120906172442_515_0001.jpg)
최근 실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악화할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말이 있다. 10년 전 대통령은 `왜 우리나라에서는 빌 게이츠와 같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SW) 개발자가 나오지 않는가`라고 했고, 현 대통령은 `왜 스티브 잡스 같은 IT 융·복합 전문가가 없는가`라고 했다. 그럼 차기 대통령은 `왜 제2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젊은이가 나타나지 않는가`라고 할지도 모른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인 스타 SW인이 탄생하지 않는 것일까.
첫째, 우리나라 SW 시장은 너무 작다. 패키지 SW는 세계 시장에선 31%를 차지하지만 국내에선 12% 수준이다. 국내 시장은 그마저도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어도비, 오토데스크 4대 글로벌 개발사가 78%를 차지한다. 나머지를 국내 개발사와 해외 2부 리그 개발사가 나눠 가진다. 2010년 기준 총 2204개 국내 패키지 SW 개발사 가운데 연매출 300억원 이상은 22개사로 고작 1%니 글로벌 기업과 비교할 때 가히 구멍가게 수준이다. 5대 글로벌 SW 기업의 이익률은 25∼39%지만, 국내 25개 주요 SW 개발사는 6.6%다. 패키지 SW는 승자가 독식하므로 후발 주자는 시장 진입에 제약이 따른다. 이익률을 높이려면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게 최선이다. 개발 초기부터 글로벌 스탠더드 기반 다국어 버전을 개발해 글로벌 마케팅을 펼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불법복제 SW 사용률이 여전히 높다. 지난해 우리나라 SW 불법복제율은 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 27%를 크게 웃돈다. 이런 환경에서 `왜 우리는 세계적인 개발자가 나오지 않는가`라고 묻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악조건 아래 오랫동안 개발된 패키지 SW는 반드시 정품을 쓰고 개발자는 제값을 받아야만 더 탁월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셋째, 국산 SW 유지보수 비율이 지나치게 낮고 조건이 까다롭다. 외산은 연간 유지보수 비율이 무려 20%를 넘는 데 비해 국산은 연간 6% 정도다. 게다가 3년간 무상 지원을 강요당한다. 아마도 한글처럼 국산 툴이 시장을 지배한다면 경쟁 외산 패키지는 50% 이하로 가격을 내리고 유지보수비도 10%를 넘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특정 외산 제품만 사랑(?)한 결과가 지금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패키지 SW를 바꿀 때 조금 불편하더라도 토종 SW 수요량을 연간 10%씩 단계적으로 늘리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GS인증을 받은 SW를 30% 이상 도입한 기관장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수년 후 개발사가 업종을 전환하거나 폐업으로 SW 업그레이드가 어려워지더라도 구매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공짜 유지보수 관행을 없애고 `유지보수` 대신 `유지관리`로 명칭도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상용SW 유지관리 합리화 대책`을 발표했다. 해외 글로벌 SW 기업은 매출의 50%를 유지보수에서 거두지만 국내 SW 기업은 17.1%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유지관리 대책은 만시지탄일지라도 참으로 반갑다. 차기 정부는 흩어져 있는 SW 관련 부처를 하나로 통합해 중소·전문 SW 기업의 글로벌화를 적극 지원하기 바란다. 그 결과 기업 수익성이 좋아져 우수 인재가 SW 산업으로 대거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이러면 IT 강국인 우리나라 SW 생태계가 좀 더 건강해지면서 세계적인 스타 SW인이 더 빨리 등장하지 않을까.
박승훈 인텔리코리아 대표 paul@cad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