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부품 전문업체인 세크론이 중소 장비업체의 특허를 침해해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자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 판결까지 받아낸 예는 드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한미반도체(대표 곽동신)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크론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6일 밝혔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미반도체 장비인 `소잉 앤드 플레이스먼트(Sawing & Placement)`에 적용된 핵심 특허 기술을 무단 사용해 제조해 온 세크론에 `해당 장비의 생산 및 판매를 금지하며, 손해배상금으로 21억8361만1529원을 한미반도체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앞서 특허심판원도 지난 5월 “한미반도체의 권리가 모두 유효하고, 세크론 제품이 한미반도체 특허의 권리 범위 내에 들어온다”는 심결을 내렸다. 세크론의 특허 침해행위에 대해 일관된 판결이다.
한미반도체의 소잉 앤드 플레이스먼트 장비는 반도체 칩을 최종 제품화한 패키징 공정에서 쓰인다. 2000년대 초반 한미반도체가 자체 개발했다. 출시 이후 반도체 패키지 절단, 세정, 건조, 검사, 선별 및 적재 공정을 하나의 장비에서 가능하도록 해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다.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금도 이 회사 매출의 60%대를 차지하는 주력 제품이다. 지난 2010년 `1억불 수출탑` 수상에 크게 기여했다.
한미반도체 측은 오랜 기간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 노력 끝에 확보한 기술을 세크론이 무단으로 사용해 장비를 제조하고 이를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 납품했다고 주장했다. 그 피해 규모는 2006년 이후 2011년까지 300억원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제품 개발 후 삼성전자에 제품을 공급했지만, 세크론이 대체 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납품이 중단됐다”며 “피해 규모에 비해 손해배상 금액은 적지만 특허소송 판결로는 의미 있는 배상액”이라고 밝혔다.
지난 1980년 설립된 한미반도체는 국내를 포함해 22개국 250여 고객사에 반도체 장비를 공급했다. 연간 1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이다. 1993년 설립한 세크론은 삼성전자의 장비 계열사다. 삼성전자 지분율은 78.1%(지난해 말 기준)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