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포스코가 걱정이다

[기자수첩]포스코가 걱정이다

삼성전자의 특허소송 패소와 차원이 다르다. 코오롱과 듀폰 사건도 견줄 바가 못 된다. 포스코와 신일본제철 영업비밀 소송 얘기다.

포스코는 한국경제에 남다른 의미를 지닌 기업이다. 1960∼197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이룬 주역이다. 자동차·조선 등 한국 기간산업의 성장은 포스코 철강 제품이 있어 가능했다. 경제 `혈맥`에 뜨거운 쇳물을 공급, 숨 쉬게 했다. `국민기업`이란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그런데 포스코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신일본제철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이 걱정스럽다.

신일본제철은 포스코가 자사의 고부가 철강 소재 기술을 몰래 빼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수년 전부터 의심을 가졌지만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확신에 찬 듯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1조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와 고부가 철강 제품의 생산 및 판매 금지를 요구한 사실이 이 소송에 임하는 신일본제철의 의지를 짐작하게 한다. 오랜 전략적 제휴 관계는 별개인 듯하다.

포스코는 재판에서 신일본제철의 공세를 방어해야 한다. 재판은 오는 10월 시작한다. 때로는 반격도 필요할 것이다.

재판은 신일본제철의 안방인 일본에서 열린다. 한일관계가 냉각된 현시점이 꺼림칙하지만 선고가 나온 뒤 재판의 공정성과 형평성 등을 따지는 건 소용없다. 엎지른 물을 다시 담기 어렵다. 1심 판결만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세계 철강 업계뿐 아니라 한국 내 포스코가 가지는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이 재판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듀폰의 영업비밀 침해 판결의 뒤를 잇는다. 중요한 만큼 걱정도 크다. 유럽발 금융위기로 실물경제까지 위축되면서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에 더 신경 쓰는, 이른바 보호주의 추세 때문만이 아니다.

포스코가 신일본제철 전직 기술자와 용역 계약을 맺은 사실이 우리 법원에서 드러났다. 계약을 체결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받았는지 영업비밀이 포함됐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당시 판단의 근거, 각종 증거 자료가 법원이나 검찰에 보관돼 있다. 신일본제철은 이걸 열어보려고 한국 법원에 별도 소송까지 제기했다. 우려된다. 포스코의 현명하고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건일 소재부품산업부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