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5가 KT와 SK텔레콤 롱텀에벌루션(LTE) 주파수를 모두 지원하는 모델로 다음 달 한국에 상륙한다. LTE 위주로 재편된 이동통신 시장에 애플발 메가톤급 후폭풍이 예상됐다. LTE폰에 주력해온 삼성전자 등 국내 단말 제조사는 애플과 정면대결을 피할 수 없다. 이동통신 3사 간 LTE 가입자 유치 경쟁도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12일 관련 통신·단말업계에 따르면 애플과 KT, SK텔레콤은 최근 마지막 협상을 통해 한국 LTE 주파수를 지원하는 아이폰5(가칭)를 출시하기로 합의했다. 애플은 한국 시각으로 13일 새벽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차세대 아이폰을 공개한다.
애플은 지난 6월 자사 첫 LTE 단말기 뉴아이패드에 적용한 미국 이동통신사업자용 LTE 주파수 700㎒, 2.1㎓ 외에 한국에서 LTE용으로 쓰이는 800㎒와 1.8㎓를 아이폰5 주파수 대역에 추가할 방침이다.
800㎒는 SK텔레콤, 1.8㎓는 KT가 각각 LTE 주력 주파수로 사용하는 대역이다. SK텔레콤은 멀티캐리어 기술을 이용해 최근 1.8㎓ 대역에서도 LTE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에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아이폰5 LTE 주파수 대역이 짜인 셈이다.
LG유플러스도 800㎒ 대역에서 LTE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애플이 지원하지 않는 2세대(2G) CDMA 주파수를 음성통화에 사용 중이다. 현재로서는 아이폰5 도입 가능성이 희박하다.
아이폰5가 한국 1, 2위 이통사 LTE망을 수용하는 형태로 출시되면 스마트폰 시장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당초 전문가들은 아이폰5가 3G(WCDMA) 전용 단말기로 한국에 나오면 일부 애플 마니아 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입자가 상용화 1년여 만에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이미 시장은 LTE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 업체는 그간 한 발 빠른 LTE폰 출시로 시장을 선점했다. 올들어 외산 LTE 스마트폰이 한 종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1000만대에 달하는 국내 신규 LTE폰 수요를 세 업체가 독식했다.
애플이 한국 LTE폰 시장에 가세하면 국내 업체 위축이 우려된다. 충성도가 높은 기존 아이폰 사용자는 물론이고 LTE를 지원하지 않아 구매를 꺼린 안드로이드폰 사용자까지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는 신제품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2`, LG전자는 `옵티머스G` `옵티머스뷰2`, 팬택은 5.3인치 스마트폰(모델명 미정) 등 전략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애플과 특허전쟁 중인 삼성전자의 법적 대응 여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애플 아이폰4S가 발표되자 통신표준특허 침해를 이유로 유럽에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LTE 스마트폰 시장에 애플이 진입하면 이와 유사한 법적 대응이 예상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샌프라시스코(미국)=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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