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전쟁, 삼성·애플 모두 승자, 패자 아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글로벌 특허전쟁을 기업 기술 혁신의 발판으로 삼아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업에서 소비자 중심의 기술로 경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우성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는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특허전쟁 2012` 콘퍼런스 기조강연에서 “특허전쟁을 비관적으로만 보지 말고 비즈니스 전략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비즈니스 면에서는 애플은 승자가 아니며, 삼성도 패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슈토크쇼. 왼쪽부터 펠릭스 로드거 특허 변호사, 왕 위시안 고문, 손경한 성균관대 교수, 김정중 LG이노텍 특허담당 상무, 정우성 변리사
이슈토크쇼. 왼쪽부터 펠릭스 로드거 특허 변호사, 왕 위시안 고문, 손경한 성균관대 교수, 김정중 LG이노텍 특허담당 상무, 정우성 변리사

정 변리사는 최근 미국 배심원의 평결에 대해 “단기적으로 봤을 때 애플이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애플은 더 이상 기술 혁신을 시도하지 않고 소송으로만 이기려 한다는 이미지를 경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삼성도 평결 결과만 갖고 패배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10억5000만달러 손해배상 평결이 단기적 측면에서는 패배한 것처럼 보이지만 비즈니스 전략 측면에서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변리사는 “국내 삼성의 경쟁사, 일본의 수많은 경쟁 기업이 이번 특허전쟁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을 본다면 삼성 입장에선 의미있는 전쟁을 한 셈이다”고 덧붙였다.

특허 전쟁은 부정적인 소송과정이 아닌 기술을 혁신하는 과정이란 것이 정 변리사 주장의 핵심이다. 정 변리사는 “기술 권력이 제조사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기술 특허보다는 사용자경험(UX)과 디자인 등 소비자의 시선이 특허 전쟁에서 부각되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고 밝혔다. 특허 전쟁 이후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 대해 정 변리사는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는 만큼 각자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특허 비즈니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슈 토크쇼에 참여한 왕 위시안 중국 완후이다 로펌 법률 고문은 “시장·특허·동맹에 대한 이해를 먼저 시작해야 한다”며 “이후 분쟁에 들어가기 위해 국가·법률 등에 대한 검토를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글로벌 로펌 `버드앤드버드`의 펠릭스 로디거 특허 변호사는 “한 국가에서 특허 소송을 진행할 때, 상대방의 여력 파악도 중요하다”며 “상대방의 특허 포트폴리오와 회피전략, 맞소송에 들어갔을 때 자사의 회피전략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분쟁 대상이 되는 특허에만 얽매이지 말고 비즈니스 전쟁을 다방면에서 대비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전자신문과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주최로 열린 이번 콘퍼런스는 `글로벌 특허전쟁, 그 끝이 안보인다`는 주제로 국내외 특허 관련 기관·기업·전문가 등 200명이 참가했다. 콘퍼런스와 함께 윕스·엠프론티어·애니파이브·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등 지식재산(IP)전문업체의 글로벌 특허 전쟁을 대비한 IP 관리 시스템 구축 현황을 소개하고 시연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