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허보호무역주의시대, 선수 치자

가히 전쟁이다. 스마트폰으로 시작된 삼성·애플 간 특허 소송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계 주요 국가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졌다. 삼성과 애플이 주고받은 소송 건수만 총 52건이다. 애플은 삼성을 상대로 24건을 제소해 14건을 승소하고 1건을 부분승소했다. 삼성도 애플을 상대로 28건의 소송을 걸어 12건을 이겼고 부분승소 1건, 소취하 2건을 기록했다. 22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지식재산권(IP)은 기업이 시장에서 우세한 점유율을 차지하려고 휘두르는 최대 무기가 됐다. 1970·1980년대만 해도 시장 우위를 지키는 최고 방법은 대량생산과 가격이었다. 선발기업은 경쟁기업이 없으면 고부가가치를 누리다가 후발 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양산 채비를 갖추고 시장에 본격 진입하려 하면 자세를 바꾼다. 그동안 벌어들인 부가가치를 체력 삼아 가격을 낮춘다. 가격 경쟁력이 없는 후발기업은 신규 진입부터 고전하다가 포기한다. 경쟁자를 물리친 선발기업은 다시 가격을 올려 수익을 챙긴다.

이후 반도체 산업에서 특허를 무기로 후발주자를 견제하던 것이 이제 스마트폰 분야로 확산됐다. 스마트폰도 그렇지만 반도체 분야도 우리나라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기가 무섭게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램버스·도시바 등 선발기업이 특허를 들고 나와 영업을 방해했다. 발광다이오드(LED)·반도체장비 등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첨단 산업은 피해갈 수 없는 게 특허 소송이다.

이번엔 스마트폰이다. 후발주자인 삼성이 시장에서 치고 올라오자 애플이 전방위 특허 공세를 가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번 삼성·애플 간 특허 전쟁에서 우리나라 특허관리 체계의 부실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기업인 삼성이지만 승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원로 기업인은 “기술과 시장이 있어도 특허가 없으면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특허 관리 시대다. 수동적으로 특허를 따는 것을 넘어 전략적인 관리와 선제적 공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