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하면 떠오르는 `혁신`은 우리나라 기업엔 양날의 칼날이다.
잡스가 아이폰으로 이룬 혁신은 CDMA 성공신화에 젖어있던 국내 휴대폰 제조사에 치명타를 안겼다. 동시에 잡스가 만든 혁신 바람은 국내 기업이 롱텀에벌루션(LTE) 스마트폰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시장 선도자)`로 도약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지난 2007년 “기존 휴대폰은 불편하다”는 단순하면서도 도발적인 판단 아래 잡스가 세상에 내놓은 아이폰은 한국 기업에도 막강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노키아를 사정권 안에 들여놓으며 성장세를 거듭했던 삼성전자는 아이폰 쇼크에 시달렸다. 안방 한국에서조차도 아이폰 같은 제품을 못 만든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대응에 실패하면서 휴대폰 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아이폰 출시 후 잡스식 혁신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줄곧 우리나라 기업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휴대폰 업체에 새로운 디딤돌이 되어준 것 또한 잡스식 혁신이었다.
아이폰에 자극받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3사는 애플을 능가하는 혁신에 온 힘을 집중했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 한계에 봉착하자 `퍼스트 무버`라는 새 길이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른바 `스펙` 위주 휴대폰 개발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SW), 콘텐츠, 서비스를 아우르는 혁신을 추구했다. 미디어솔루션센터(MSC)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SW 전문 인력 채용을 늘렸다.
2010년 우려 속에 출발했던 `갤럭시S` 시리즈는 2년 뒤 `갤럭시S3`에 와서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름잡는 히트작으로 성장했다. `노트`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한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아이폰을 뛰어넘는 대표적인 퍼스트 무버 스마트폰이다.
LG전자도 과감한 사업 개편을 통해 혁신을 길을 걸었다. 소극적으로 임했던 스마트폰 사업에 회사의 전력을 실었다. 마침 통신 환경이 3G에서 LTE로 바뀌자 LTE폰으로 승부수를 띄워 아이폰을 앞서나갔다.
팬택도 일찌감치 피처폰 사업을 중단하고 스마트폰에 집중했다. 팬택은 최근 내놓는 신제품마다 혁신적인 기능과 서비스를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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