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은 화웨이, ZTE와 거래하지 말라"…미 하원 보고서 파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의 미국 내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는 미 하원 보고서가 나왔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보고서지만 향후 거래에 행정부 승인 거부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잖은 파장을 예고했다.

8일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지난 1년 동안 두 회사의 감사 결과와 지난달 청문회 등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화웨이와 ZTE는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미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당하지 않으려면 이들 회사 장비를 일절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중국이 악성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심어진 통신장비를 배포해 전시에 미국 안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원회는 이미 화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 사이버전쟁 부대에 특별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악의적으로 이용할 만한 충분한 동기와 수단, 기회를 가진 나라”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큰 혜택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또 이들 업체의 직원들을 조사한 결과 두 업체가 이민법 위반, 뇌물,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 등에 가담했다는 믿을 수 있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세부 설명이 없었지만 향후 국토안보부와 법무부 등 연방기관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화웨이 측은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기업 자료나 사업 내용 정보는 터무니없는 것들”며 “회사 기밀을 다 내주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 세계 150여 곳의 시장에서 500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으로 둔 믿을 수 있는 업체”라며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조사며 객관적이지 않다”고 힐난했다.

화웨이는 미국 내에서 1700명을 고용하고 연간 매출이 2010년 7억6500만달러에서 2011년 13억달러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ZTE는 미국 내 휴대전화 매출 부문에서 약진 중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