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네트워크 미래 인터넷]<12>열린 사회 그리고 지식 네트워크

최준균 (KAIST, IT융합연구소 소장, jkchoi59@kaist.edu)

애플의 10억 달러 배상 요구, 듀폰사와 코오롱의 1조 원대 소송, 정부의 강력한 지식재산 정책 소식을 보면 지식전쟁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느낌이다. 이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경쟁력이 있는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지금까지 살았던 삶이나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의 시대에 스마트 기기와 같은 새로운 문명의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정말로 무궁무진하다.

<유비쿼터스 좌담회>한국정보통신대학교 공학부 교수
<유비쿼터스 좌담회>한국정보통신대학교 공학부 교수

여기서 도대체 “창의적인 지식이나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드는 지는가?”라는 질문에 빠진다. 그냥 신나게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거나 관점을 바꾸는 등 생각하는 방법만 바꾼다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어떤 환경이 창의적인 지식 창출을 하는 데 가장 좋은 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확실한 것은 내가 알고 싶은 지식이나 정보는 항상 내 손안에, 서로 토론하고 협의하고 같이 생각해 볼 동료는 항상 옆에 있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이 어떤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지도 알 필요가 있다. 암 정복을 하려는 데 어떤 문제로 고민을 하는 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 식으로 문제 핵심을 알아야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 더 중요한 점은 많은 사람이 모두 알 수도, 필요한 모든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토론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회의나 토론하는 공간에서는 소수 에게만 질문이나 답변할 기회가 주어진다.

궁극적으로 모든 생각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어서 서로 토론하고 관련된 전문 지식과 이를 설명할 멘토가 항상 옆에 있는 게 바람직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디어를 실질적인 비즈니스나 상품화 과정을 밟을 있도록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무선 네트워크, 필요한 자료를 쉽게 찾고 관련 전문가나 토론을 하고 싶은 사람이 항상 가까운 곳에 있는 환경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네트워크 환경을 가져도 서로 열린 마음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아이디어는 숨기고 남의 아이디어를 이용만 하려면 창의적인 지식 생태계는 요원하다. 애플사가 다른 사람이 만든 수많은 자료에 접근하지 않았다면 10억달러까지 요구하는 특허 아이디어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독보적인 특허를 확보하고 다른 사람을 능가하는 비즈니스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 남의 아이디어는 어떻게든 참조하려고 하면서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숨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들이 만들어 둔 자료가 없으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 모든 지식은 공유될 때 생명력을 가지며 서로 자신만의 지식을 숨기려 한다면 지식이 살아남지를 못한다. 장롱 속에 들어 있는 지식이나 머리 속에서만 머물고 있는 지식은 아무 쓸모가 없다.

서로 숨기려는 인간 습성, 그리고 공유해야만 탄생하는 이율 배반적인 지식생태계 환경에서 어떻게 해야 미래의 창조적인 지식 산업을 만들 지가 주요 쟁점이다. 애플과 삼성전자 특허 전쟁을 바라보면서 양사 모두 열린 지식의 최대의 수혜자 입장에서 자사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이기적인 모습은 미래 지식생태계 환경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열린 지식과 공개된 정보를 가지고 자신만의 노하우로 시장을 장악했으면 상응하는 보상이나 대가를 지불해야 건전한 지식 생태계가 지속될 수가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수많은 지식과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고 활용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창의적인 지식 산업 생태계 환경을 조성하는 길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지식 선진국이 되려면 누구에게나 모든 자료가 공개되고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이 같이 참여를 할 수 있는 열린 지식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차별없이 예산 지원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환경도 절실하다.

열린 지식과 열린 마음을 가지고 지식 생태계 기여자에게 진정으로 보상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지식 선진국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