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불산 2, 3차 피해는 어쩔건가

[데스크라인]불산 2, 3차 피해는 어쩔건가

부주의한 불산 관리와 대응시스템 미비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불산은 1771년 스웨덴 화학자 `카를 셸레`가 처음 발견했다. 플루오린화칼슘과 진한황산을 반응시켜 플루오린화수소를 제조하고 이를 냉각시켜 액체화하면 순수한 불산이 만들어진다.

발견 당시 유리를 녹이는 성질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주목받은 건 20세기 이후다. 첨단 전자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관련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 됐다. 불산은 실리콘 웨이퍼 가공에 많이 쓰인다. 농도와 용액 이온 세기를 조절해 나노 수준의 미세한 가공에도 활용된다.

테프론 제조 과정에도 불산이 사용된다. 가정에서는 바닥면을 테프론으로 코팅한 프라이팬을 주로 사용한다. 이런 프라이팬은 음식물이 잘 눌어붙지 않는다. 불산의 쓰임새는 핵연료의 우라늄화합물 합성에서부터 충치예방 치약 제조까지 무궁무진하다.

다양한 쓰임새에도 불산은 인체에 극히 위험하다는 이유로 산업계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산업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불산과 같은 유해화학물질에 막연한 공포와 혐오의 시선을 보낸다. 이러한 `적대적 무관심`에 관리감독 소홀까지 겹치면서 `구미 사건`이 일어났다는 지적이다.

구미 불산 누출은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외면한 관계당국과 사람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 관리가 부실하다 보니 사고 이후 대응시스템도 후진국 수준이다.

미국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화학안전위원회(CSB)를 두고 화학물질을 특별 관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화학사고위원회를 두고 만일의 사고에 철저히 대비한다.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국내 업체는 6000곳이 넘는다. 반도체 산업에만 400종 이상의 유해가스가 쓰인다. 이 가운데 맹독성 가스만 300여종에 이른다. 대경권에서 불산과 같은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업체만 110여곳이다. 구미산업단지에는 50여곳이나 된다.

구미4공단에는 불산 세정액을 활용하는 기업이 160여곳이다. 모바일과 반도체 관련 일부 기업이 불산을 공급받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하지만 당국의 피해 조사는 더디기만 하다.

국내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은 약 5만종에 이른다. 관리가 부실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고 사고 후유증도 오래간다. 물론 화학물질이 위험하지만 혐오 대상으로만 인식해 관심 밖으로 밀어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첨단산업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기 때문이다.

주먹구구식 아날로그 관리방식에서 벗어나 첨단기술을 접목한 세밀하고 과학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쓰임새에 맞게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급선무다.

이젠 2, 3차 피해를 줄이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불산을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간접 피해까지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재훈 전국취재 부장 jhoon@etnews.com